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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허원기/'젊어진 교단' 후유증 크다

입력 | 1999-09-14 18:38:00


8월 31일 건국이래 가장 많은 교원이 교단을 떠났다. 단축된 정년과 명예퇴직 교원들을 합쳐 약 1만6000여명의 교단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특히 초등교원은 예년과 달리 부족한 교사들을 보충하기 위해 신규채용시험을 거쳐 4월에 추가로 임용했으나 유자격 교원이 모자라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2개월씩 보수교육을 시켜 초등교과 전담교사로 임용시켰다.

얼핏 중등교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니까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초등학교에는 무자격 교사일 수 있다. 마치 음악을 전공한 교사가 체육이나 미술을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부는 교원정년 단축을 합리화하기 위해 나이 많은 교원들을 퇴출시키고 젊은 세대를 수혈함으로써 교원의 질이 향상되고 경력교사 1명의 보수로 신규교사 2,3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대거 채용된 젊은 교사들 중에는 아동발달 단계와 어린이들의 심리 상태를 잘 모르고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수업 및 실무실습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중 일부는 아동들에게 알맞은 교수 및 학습 용어조차 쓸 줄 모른다. 이 엄청난 실책의 후유증은 실로 여러 해의 세월이 흐른 뒤까지 교육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9월에는 정년단축과 명예퇴직 교원이 많아 관리직 인사대란이 일어났다. 거의 50% 정도의 교장 교감이 이동된 시도가 많으며 교장 교감 교무부장이 한꺼번에 바뀐 학교도 많다. 명예 퇴직한 교장 교감 교사들을 6개월 또는 1년 계약제로 임용하는 궁여지책을 쓰니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가르치길 기대하기 어렵다.

50대 교원들이 대거 명예퇴직해 교원연령의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졌다. 설상가상으로 7월 1일부터 교원노조활 동을 합법화함으로써 교원단체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매년 3월에 학급담임이 정해지면 이듬해 2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가르친다. 그러나 9월 1일부터 담임이 바뀐 학급이 많아 마치 3월 초와 같은 혼란스러움이 전국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심하게 동요하는 교직사회와 학교를 조속히 안정시켜야만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교육력이 나올 수 있다.

허원기(인천송도초등학교장·인천교원단체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