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12월 KBS1 ‘열린음악회’에 등장한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24). 재미교포 출신인 그는 이 한 번의 무대로 국내 음악계를 논란으로 들끓게 했다. 그의 음악과 연주 행위는 모두 파격과 일탈이었고 대중음악이나 클래식 진영 모두 일제히 “유진 박의 정체가 뭐냐”는 질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는 클래식 재즈 록 사물놀이 등 여러 장르의 퓨전을 시도하면서 거침없는 도발과 실험으로 국내 크로스오버의 대표적 주자로 자리잡았다.
17일∼19일 서울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유진박 파워콘서트―페스티벌 인 크로스오버’는 크로스오버 축제의 한마당. 유진 박이 구사하는 자유분방한 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제어하지 못하는 즉흥성과 무한한 자유, 그리고 전자바이올린이 주는 강력한 힘이 크로스오버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6세 때 뉴욕 줄리어드 예비음악학교에 입학하고 13세 때 링컨 센터 무대에 섰을 만큼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우연히 만난 재즈에 반해 클래식으로부터 탈출한다. 클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게 그 이유.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첫 음반과 2집 수록곡들인 ‘어나더데이’ ‘시크리트’, 그리고 하이페츠의 ‘호라 스타카토’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 등.유진 박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첬던 신관웅 재즈밴드가 함께 한다. 17일 오후7시반, 18∼19일 오후4시 7시. 2만5000원.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