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과 훌륭한 교수들이 모여들어야 한다. 올해도 신규채용 교수들이 서울대의 열악한 연구환경을 떠나 외국이나 국내의 다른 대학원 또는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이들이 서울대를 떠나는 것은 사립대학에 비해 60%도 채 안되는 봉급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강의부담과 과중한 행정업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학자들과의 교류를 위한 해외여행도 일년에 2주 미만으로 제한돼 있는 획일적인 교육연구 환경에 염증이 난 것이다.
7월 하순부터 2주간에 걸쳐 실시된 교육부의 서울대학교 종합감사에서 서울대의 교수채용과 학사편입학 제도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서울대가 교수채용에서 훌륭한 교수를 제외하고 ‘부적격자’나 논문성적 후순위자를 뽑는 등 ‘정실인사’를 한 것처럼 보도됐다.
서울대는 우수하고 훌륭한 교수를 임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입학시험의 기본목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있는 것과 같이 교수채용은 우수하고 훌륭한 교수를 뽑는데 기본목적이 있다. 신규교수를 임용하기 위해 현재 지난 2,3년간 연구실적을 위주로 순위를 매기고 있으나 서울대 인사위원회 규정에서는 연구실적 외에도 전문영역의 학술활동 학생의 교육 및 지도에 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 법령의 준수,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하게 돼 있다. 단과대학및 학부의 인사위원회에서도 응모자의 연구자로서의 소양과 자질, 업적과 향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많은 학과들은 교수와 대학원생을 상대로 세미나를 하고 이를 평가해 학과의 전체교수가 투표를 해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이때 연구실적물 성적순위와 종합평가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된 결과 서울대와 미국의 대학원 졸업생을 제치고 국내 사립대의 졸업생이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당시 신문에 성공미담으로 실렸으나 교육부 감사에서는 연구실적 후순위자가 선순위자를 물리친 ‘인사비리’로 비쳐지고 밀았다.
서울대가 기관경고를 받은 학사편입학 지원자격 문제도 편입학 자격을 서울대생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대해 타대생에게 개방하라는 통보를 어겼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 문제를 놓고 대학내 관련 위원회들의 의견을 받아 전국적인 ‘제2의 입시’에 따른 혼란을 예방코자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지방대학의 엄청난 항의와 파행적 교육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고 일부대학들의 서열화를 다시 부채질할 소지가 있어 편입학생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어느 대학이나 똑같이 획일적으로 해야 하고 모든 지시를 이행해야 한다고 할 때 창의적인 대학경영과 개혁발상이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우수한 대학은 우수한 학생과 훌륭한 교수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성원, 국가 및 사회의 지원으로 육성되는 것이다. 교육부의 감사결과가 획일적인 행정절차에 맞지 않는 사소한 부분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향후의 오류발생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윤계섭 (서울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