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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법정스님 '무소유' 개정판 펴내

입력 | 1999-09-17 17:28:00


강원도 산골에 은거중인 법정스님(64)이 이 가을 자신의 첫 저서인 ‘무소유’를 새롭게 꾸며 내놓았다.

하안거(夏安居)후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한 스님을 최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만났다.

76년 첫 출간된 이 책은 그동안 80쇄 80만부를 돌파하며 낙양의 지가를 올린 스테디셀러.

문고판 수필집으로는 드물게 대학의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고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를 끈 책이기도 했다. 책을 읽고 스님에게 감사의 글을 띄운 뒤 출가(出家)한 사람도 있었다.

“책을 낼 때만 해도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토록 오래 읽게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만해도 ‘무소유’란 말이 아주 낯선 단어여서 한문으로 제목을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소비가 미덕이고 소비자는 왕이었던 시대’에 이 책이 이처럼 널리 읽혔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가 본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정판은 무엇이 바뀌었을까.

“‘내용’은 그대로 두고 ‘표현’을 다듬었습니다. ∼것이다, 그러니까, ∼해버렸다 등의 낡은 표현을 오늘의 문체에 맞게 고쳤습니다. 판형도 4×6 양장본 크기로 바꿨습니다.”

개정판에는 김수환추기경이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는 추천사를 써보냈고 도올 김용옥은 “법정스님의 명언을 빌려 설파되는 무소유 지혜”라고 상찬(賞讚)했다.

윤구병변산공동체대표는 “무소유는 공동 소유의 다른 이름이다. ‘나무 한그루 베어내어 아깝지 않은 책’”이라는 소감을 보내왔다.

스님의 속가 상좌(俗家 上座)인 시인 류시화가 개정판 기획 진행을 꼼꼼하게 거들었고, 판화가 이철수가 제자(題字)와 표지 컷을 만들었다.

출판사측은 “‘무소유’초판본을 가진 사람에게는 개정판을 무료로 우송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02―717―2121(범우사).

〈오명철기자〉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