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채권을 사들일 만한 돈주머니를 두툼하게 만들고 그동안 투신권이 요구해온 것을 일부 수용한 응급처방을 내놓은 것.
▽대책 배경과 의미〓정부는 7월30일과 8월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우문제로 불거진 투신권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우채에 국한되었던 투자자들의 불신은 전체 채권시장으로 확산돼갔다. 시장에 채권을 내놓아도 사고자하는 매수세력이 없는 ‘채권시장의 마비상황’이 나타난 것.
결국 17일 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중 최고치인 연 10.8%를 기록하고 종합주가지수는 900선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10조원, 최대 20조원의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마련해 채권을 살 만한 세력을 만드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응 및 문제점〓투신을 포함한 금융권의 전반적인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며 투신시장 불안감을 충분히 씻어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한투신 조성선(趙盛宣)채권투자부 매매팀장은 “채권시장 안정기금이라는 새로운 매수처가 생기면 금리를 하향안정시키고 투신권 유동성 위기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구체적인 일시와 방법이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시장에서 보는 가장 큰 약점.
채권안정기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구체적인 참여대상 배분비율 투자원칙 등을 정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은행의 투신권 자금지원처럼 협의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돼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우려도 있다.
대우증권 박태호(朴泰昊)채권부차장은 “통상적으로 기금조성에 1∼2개월 이상 걸린다고 볼 때 시장불안을 조기에 잠재울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책임문제와 손실가능성 때문에 은행이 충분한 물량의 채권을 사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투신권에서 강력처방전으로 요구한 비실명장기채나 세금우대 채권형저축상품 등의 허용문제는 각각 금융실명제 및 세수와 관련된 사항으로 일단 보류됐다.
투신권은 한은이 직접 투신사의 통안증권을 매입할 경우 상징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이를 기대했지만 정부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김종창(金鍾昶)금감위 상임위원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일부 대책은 효과가 클 수 있지만 반대로 금융시장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