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 사례를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 가정교육분과위(02―735―6250)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청소년 자녀를 이해하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바람직한 사회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인들은 부모가 애정을 가지고 자녀를 이해하고 감싸주고 보호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신뢰와 애정이 오가는 부모 자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녀와 대화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부모가 많은 것처럼 부모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자녀가 많다.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와의 대화 방법을 가르치듯이 자녀들에게 부모와의 상호작용 방법, 대화 요령, 부모의 상태 등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 자녀 관계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 작용적 대인관계이다. 따라서 한쪽에서 상대를 일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자녀쪽에서도 부모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청소년 자녀들에게 부모의 특성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는 중년기에 해당된다. 중년기는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녀들은 신체적 인지적으로 성숙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상승적 변화를 경험한다. 부모들은 신체적 기능도 과거와 다르게 점점 떨어진다. 인생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는 이제 어렵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특히 중년의 어머니들은 가정 내에서 역할 감소로 인해 우울 증세나 심리적 부적응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의 부모들은 가정의 어려운 형편이나 부모의 힘든 상태를 자녀들에게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점심을 굶더라도 우리 아이가 갖고 싶은 제품 운동화는 사줘야지.” 이것이 보통 한국인 부모의 마음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철없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청소년들도 가정과 부모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부모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존재이다.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부모님께서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나와 우리 가정을 위해 애쓰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자녀를 이해하려는 부모의 애정과 부모를 이해하려는 자녀의 노력이 함께하는 가정에서 건강한 청소년이 자란다.
임역식 (중앙대 교수·청소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