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희망자들이 가장 손쉽게 떠올리는 사업분야는 요식업.
그러나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식당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신세대들의 취향이 갈수록 대형 패스트푸드점으로 편중되고 있어 적은 자본금으로 괜찮은 식당을 꾸리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빌딩 지하상가에 자리잡은 여의도식당은 식사 시간이 되면 35평 넓이에 배치된 13개 테이블이 항상 만원이다. 점심 때 보통 150∼170명의 손님이 몰려오지만 ‘빨리 줘요’라는 아우성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스피드경영’이 여의도식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면서 40여개에 달하는 입주업체 직원들은 급할 때면 이곳을 먼저 찾곤 한다.
▽점심 준비는 오전7시부터〓여의도식당에는 주인과 종업원이 따로 없다. 주인 송규영(宋圭榮·40) 김영숙(金英淑·36)씨 부부와 5명의 베테랑 종업원이 다른 식당보다 3시간 정도 빠른 오전 7시반에 출근한다.
첫 일과는 송씨가 새벽에 시장에서 사온 야채를 다듬는 것. 김씨는 “월급을 30만원 더 얹어주고 아주머니들의 출근시간을 앞당긴 덕택에 신선한 반찬을 오전에 다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의도식당엔 주문표가 없다. 주방이 탁 트여있어 주방 종업원들도 손님의 주문을 듣고 바로 조리에 들어간다. 조리시간을 아끼기 위해 가스판을 15개나 설치했다. 한달 가스비는 웬만한 대형식당 수준인 60만원 정도.
▽당일 반찬은 당일 해결한다〓육류는 냉장고에 넣지 않는 게 원칙이다. 대신 닭도리탕 처럼 조리시간이 많이 걸리고 변하기 쉬운 메뉴는 소량의 주문만 받는다.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이 변한다는 게 김씨의 소신이다.
밑반찬인 김치와 깍뚜기는 매일 오후2시 각각 배추7포기, 무우5개를 버무려 상온에서 발효시킨 뒤 다음날 오전에 냉장고에 넣었다가 손님상에 내놓는다. 저녁시간을 넘긴 김치는 전부 기름에 볶아 비빔밥 등 다른 용도에 쓴다.
오후3시부터 2시간 동안은 낮잠시간. 피로에 지친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짜증을 내면 단골손님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에 낮잠시간을 준다. 귀가시간은 오후10시 반경.
▽‘평소 다른 식당을 눈여겨 보라’〓송씨는 93년 개업전 공군본부에서 식당 담당 군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손재주가 좋으니 언젠가 식당운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 주방 속을 자주 살폈고 이후 한식요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기업체가 몰려있는 전경련 빌딩에 식당을 낼 때는 처음부터 ‘스피드’에 포인트를 맞췄다.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에 승부를 내야했기 때문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