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석이면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아들 등 가족을 모두 데리고 고향 전북 정읍을 찾는 이택수씨(40·회사원·서울 중랑구 면목동). 왕복 10시간 이상 차를 몰고 ‘설레임의 대이동’을 하지만 매번 ‘어른만의 추석’으로 끝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식사하면서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는 ‘밥상머리 교육’처럼 추석에도 차례를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줄 ‘차례상 교육법’은 없을까?”
★중간 평가
추석은 가을의 한가운데 절기. 설이 한 해의 시작을 뜻한다면 추석은 중간에 해당한다. 온가족이 한해동안 계획했던 일들을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중간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족보를 보여주면서 자녀가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 설명해주고, 본받을 만한 조상에 대해 알려줘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도 한 방법.
★질서와 평등
차례상을 차리면서 왜 이렇게 차리는지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자. 까다롭고 힘든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차례상 차리기에도 조상의 깊은 뜻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도록.
먼저 1열을 놓고 5열 과일을 차린다. 이어 4열 음식을 차리고 3,2열을 놓는다. “조상에게 따뜻한 음식을 드리기 위한 거란다. 5,4열은 식는 음식이 아니지만 나머지는 금방 식거든.”
▽질서〓모든 것에는 음양의 질서가 있다. 아버지가 양(왼쪽,서쪽)이면 어머니는 음(오른쪽,동쪽). 바다에 나는 수산물 조리법을 대표하는 포와 식혜를 왼쪽 오른쪽으로 나누거나(좌포우혜) 생선과 고기를 동서로 배치한 것(어동육서)도 우주의 질서를 반영한 것.
▽평등〓옛날에는 동쪽 조상(할머니 등)은 여자가 올리고 서쪽 조상(할아버지 등)은 남자가 올리는 등 부부가 함께 제사를 지냈다. 또 초헌(첫 잔)은 남편이, 아헌(두번째 잔)은 부인이 올렸다. “옛날에는 안주인의 권한을 인정하고 조상을 섬기는데 남녀 차별도 하지 않았지.”
(도움말〓권오흥 성균관전례연구위원장·02―741―7633)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