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산하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출연 과학기술연구기관들이 수억원대의 값비싼 장비를 들여놓고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는 20일 기계 정보통신 화학 소재 전기전자 생명공학 등 6개 분야별로 교수와 민간전문가 등 18명을 참여시켜 최근 한달간 28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1억원 이상되는 1511개 장비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기획예산처는 예산유용이 심한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하고 나머지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했다.
▽장비 관리 미흡〓ETRI는 퇴직 직원이 사장으로 있는 K사에 400만달러 상당의 고가 장비 8점을 거의 무상으로 운영 위탁하면서도 매년 2억원 이상의 도급비용을 지원했다. 이 회사는 자격도 없는 사장 부인이 장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기술연구원의 경우 91종의 장비를 전문인이 아닌 학생 연구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과학기술원은 교수가 프로젝트를 위해 구입한 1억원짜리 대용량 워크스테이션 컴퓨터를 개인장비로 사용하고 있다.
▽부적절한 장비도입〓원자력병원은 레이저안측정기를 1억6000만원에 도입했으나 신청자가 이직해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원자력연구소는 4억원 이상의 핵폐기물 운반차를 일반 지게차로 운영하고 있으며방사선을 측정하는 6억5000만원 상당의 방사선 모니터링 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다.
▽활용도 미흡〓생명공학연구소는 2억원상당의 전자현미경을 중복 설치했다. 원자력병원은 국내에 3대밖에 없는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외부기관과 공동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