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내각제 개헌 무산으로 정체성 위기에 빠진 자민련이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신보수주의 대토론회’를 갖고 보수 목소리 내기에 나섰다.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인사말에서 신보수주의를 기존의 보수주의와 엄격히 구분했다. 보수주의가 ‘인습적인 수구(守舊)’라면 신보수주의는 ‘이런 보수주의를 질책하고 계몽하면서 합리적 개혁을 추구하는 이념’이라는 주장이었다.
박총재는 “한국 사회에선 진보가 흔히 선을 자처하면서 모든 보수세력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깎아내리는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건전 보수세력”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5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서울대 박상섭(朴相燮)교수(한국보수주의의 이념과 현실), 한양대 박근(朴槿)교수(통일과 신보수주의), 연세대 이영선(李榮善)교수(신보수주의와 한국의 경제정책), 명지대 안영섭(安瑛燮)교수(국가안보의 이념적 토대와 한국의 현실)등 모두가 ‘신보수론’을 폈다.
박근교수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대북정책은 북한의 무력증강과 경제회생을 도와 김정일(金正日)체제를 강화시켜줄 것”이라며 ‘햇볕정책’의 역기능을 지적했다. 안영섭교수도 “정부의 진보적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반(反)정부 또는 반통일이 아니라 국가안보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후에는 ‘보수 원조’격인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자민련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공동정권에서의 자민련 역할을 강조한 뒤 단합을 호소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