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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가 본 北-美합의 의미]北-美관계 희망적 진전

입력 | 1999-09-23 02:12:00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22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은 대북관계에 ‘희망적 진전’이 있지만 만약 북한이 ‘진전’을 거부할 경우 언제든지 미국은 ‘봉쇄’라는 칼을 빼들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북―미간 베를린회담의 결과를 ‘작은 조치’ ‘첫 단계’라는 말로 표현했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긴 여정이 이제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를 ‘다행스러운 일’ ‘긍정적인 것’이라고 평가했고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조치에 대한 화답으로 북한이 수주일 내에 미사일 발사 유보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페리조정관은 북―미간 관계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심하는 일부 회의론자들을 의식한 듯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제거된다면 다른 문제, 곧 남북간의 직접적인 관계도 함께 풀어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자신의 대북 포괄적 접근구상안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제안에서 많은 부분을 따왔으며 한반도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한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장애물 경주에 비유할 수 있는 한반도문제의 해결에 대해 낙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불확실성과 불가예측성이 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즉 핵무기나 장거리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억제되지 못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봉쇄 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미사일 발사 유보에 대한 북한의 가시적 선언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흔히 ‘당근과 채찍’으로 묘사되는 그의 이같은 정책구상 표명은 우리 정부로서는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