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10시경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로터리 청우빌딩. 한 가정주부가 5층과 6층 사이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부산 사하구 다대1동 영구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정현순(鄭賢順·42)씨. 그는 청우빌딩 6층에 본점을 둔 LC파이낸스 투자자였다.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죠. LC사장이 또 도망을 갔다니….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이렇게 쫓아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씨는 “7년전 세상을 떠난 남편 차례상에는 찬물 한그릇 올려놓고 용서를 빌었다”고 말했다.
정씨가 파이낸스사에 처음 ‘투자’한 것은 올 3월. 올들어 계속 금리가 떨어지자 은행에서 돈을 찾아 부산 삼부파이낸스 동래지점에 4100만원을 맡겼다.
또 7월에는 1200만원을 LC파이낸스에 예탁했다. 교사였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물려준 재산에 자신이 7년 동안 미장원을 하면서 모은 돈. 있는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정씨에겐 두 딸(16,18)과 아들(7)의 장래가 걸린, 목숨과도바꿀수없는돈이었다.
그러나 ‘고율배당’의 덫에 걸려 정씨는 이제 이 돈을 다시 만져 볼 수없을지도모르게 됐다.
삼부파이낸스가 20일부터 원금을 지급하겠다던 약속을 깨고 원리금 지급을 무기한 연기한데다 LC파이낸스 대표는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2일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정씨가 삼부파이낸스 동래지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말한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겼다.
“투자자들이 아무리 법을 모르고 파이낸스에 돈을 맡겼다고 하지만 당국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느냐.”
조용휘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