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의 교과 과정이 고전 읽기를 방해하고 있다. 고교 ‘독서’ 교과서에는 실제 독서할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고 독서하는 방법에 대한 온갖 이론들로 차있다. 독서 방법에 대해서는 중학교 국어 교과 과정에 있는 읽기 단원들을 보면 충분히 나와 있고 그 내용만 잘 활용해도 충분하다. 독서 교과서에 나오는 온갖 독서방법 이론을 가르쳐 모든 고등학생을 독서지도사로 만들자는 것인가?
‘독서’시간에는 독서이론을 배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독서를 하고 독서한 내용을 토론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본떠 논술 시험만 실시할 것도 아니며, 논술 시험의 지문에서만 고전을 활용할 것도 아니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고전 교육을 한국 고등학교에서도 실시해야 한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플라톤의 ‘국가’, 데카르트의 ‘성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는다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도 고등학교 과정의 독서 시간이나 작문 시간, 나아가 윤리 한문 특활 시간을 활용해 ‘논어’ ‘맹자’‘삼국사기’‘삼국유사’‘도덕경’ 등을 읽혀야 한다. 쉽게 번역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도 좋을 것이다. 독서 지도는 10명 이하의 단위여야 좋은데 그렇게 나누어진 반을 누가 지도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실업자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교사 보조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도 약간의 발상 전환만 하면 고전 교육은 가능하다. 고전읽기의 필요성이 논란이 되는 사회가 아니라 고전의 내용이 일상 생활에서 이야기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