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강원 삼척시의 한 비포장도로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탄 신혼부부가 엽총에 맞아 살해된 사건은 차량운전자의 ‘난폭 운전’이 죽음까지 부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건 6개월 뒤 붙잡힌 용의자는 경찰에서 “그랜저 승용차가 비포장 도로에서 먼지를 내며 추월하는 바람에 화가 나 추월한뒤 차를 세우고 갖고 있던 엽총으로 K씨 부부를 쏘았다”고 진술했다.
분당신도시(경기 성남시)에서 서울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K씨(31·여)는 분당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동으로 이어지는 왕복 6차로 국도에 접어들면 우선 겁부터 난다.
노선버스들이과속으로달리는 것은말할것도 없고 한꺼번에 2개차로씩마구 차로를 바꾸는 등난폭운전을일삼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운전면허 취득 후 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차에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도록 한 것을 폐지한 것도 난폭운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초보 운전자가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면 보호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난폭 운전자들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난폭운전의 유형은 여러가지다. 전문가들은 △급정지 △급서행 △급차선변경 △뒤따르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 켜기 △바짝 뒤따라 붙는 위협운전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연구위원은 “난폭운전은 다른 운전자를 자극해 ‘대응 난폭운전’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거나 운전자간의 폭력사태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고속도로를 관할하는 경찰청 산하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와 11지구대가 지난 한해 동안 접수받은 교통신고는 1만2600여건. 이 중 90% 이상이 난폭운전에 관한 것이었다.
1지구대 안한식(安漢植)경장은 “신고건수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톨게이트 등에 비치된 신고엽서를 이용해 신고한 것을 집계한 것으로 운전자들이 느끼는 ‘체감 난폭운전’ 정도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총 23만9700여건의 사고 가운데 앞지르기금지 위반, 부당한 회전 등 난폭운전으로 분류되는 운전행태로 인한 사고가 2만여건을 차지했다.
여기엔 안전운전불이행 등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과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차선 위반 등 심각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사고는 제외됐다.
따라서 난폭운전의 범위를 보다 확대 해석할 경우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난폭운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국 법원은 ‘난폭운전’의 개념을 “이렇게 운전할 경우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방식으로 운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