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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일본패션 엿보기]만화 '세일러 문' 주인공

입력 | 1999-09-26 18:58:00


얼마전 임진각 기념품 코너에서 북한 명산품들과 나란히 놓여있는 ‘세일러 문 인형’을 보았다. 일본 만화의 주인공인 여전사가 임진각 휴게소까지 돌격해온 것이다.

세라라는 소녀는, 어느 날 ‘세일러 문’으로 변신하는 법을 깨우친다. 그후 다른 세일러 요정들과 함께 어둠의 왕국 및 블랙 문 무리들과 싸우게 된다. 세라는 평범한 여학생으로 천방지축 지각대장이다. 그러나 일단 싸우기 위해 세일러 문으로 변신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맹활약한다.

세라는 세일러 스타일(수병들의 옷)교복차림으로, 무릎 길이의 주름스커트에 하얀 삭스(짧은 양말)와 발레 슈즈 모양의 신발을 신고 있다. 변신 후의 의상 역시 세일러복 스타일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발랄하고 섹시한 패션이다. 상의는 몸에 딱 붙고 스커트는 초미니. 무릎까지 올라오는 빨간 부츠가 더욱더 요염하게 만든다. 항상 변신하고자하는 여성의 욕망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본 만화엔 ‘변신’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사무라이(무사)들이 판을 쳤던 11세기 말에서 18세기에 걸쳐 일본에선 ‘둔갑술’이 성행했다. 지붕에 훌쩍 뛰어올라가서 없어진다거나, 재빨리 옷을 갈아입어서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변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무라이 중에서도 특히 적군의 정보를 캐내는 스파이나 특수공작의 역할을 맡아하던 사람들이 열심히 변신술을 익혔다고 한다.

이 둔갑술은 원래 고구려는 통해 7세기의 일본에 전해진 것이다. 변신을 테마로 하는 만화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이 한국과 일본에서 다같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는 셈이다.

김유리(패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