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의 음향과 조명,의상반입 등 현장지휘를 도맡은 ‘모델센터’제작부 김성빈과장(33). 결혼 7년째. 노상 늘씬한 여성모델과 일하지만 아내(이윤경·29·클라리넷연주가)는 한번도 의심의 눈길을 보낸 적이 없다. 여기엔 김씨의 부단한 ‘사전 정지작업’과 독특한 전략이 한몫을 했다는데….
▽모델과의 작업은 직업일 뿐〓TV를 보다가 “저 모델 어때?”하고 넌지시 묻는 아내. 이때 ‘예쁘다’‘못생겼다’ 등 감정섞인 대답은 금물이다. 대신 “…때문에 모델답다(또는 ‘답지않다’)”식으로 준엄하게 평가한다.
모델에 대한 분석도 “허리는 가늘다”“다리는 날씬하지만 상체가 균형잡히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위별로 물화(物化)시킨다. 최대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여 프로 직업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인다는 전략. 심지어 “모델의 지적인 모습까지도 다 상품”이라고 주장, 아내를 안심시킨다.
▽보수성 강조〓집에서는 물론 외국출장 때도 하루 한번씩 부모님께 문안전화. 되도록 아들(5)이 보는 앞에서 한다. 효도도 하고, 효도도 가르치고, 아내에게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남자’란 인식도 심어줘 ‘의심’을 잠재우는 등 일석삼조.
▽선제공격〓휴일에는 무조건 먼저 일어나 아내를 깨우며 “나들이 나가자”며 적극성을. 가정과 아내에게는 관심과 정열이 끊임없이 샘솟는다는 표시.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