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협상(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이 새 천년과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 보따리를 안기고 있다. 돌이켜보면 9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뒤흔든 가장 큰 국제적 사건은 우루과이라운드(UR) 무역협상이었다. 93년말 최종 타결된 UR협상의 결과는 우리의 대외교역과 농업을 비롯한 국내 산업환경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쳤다. 최소시장접근물량이라는 일정량의 쌀 수입의무화와 기타 농산물의 대폭적 시장개방,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각종 보조금의 철폐 또는 감축, 금융 통신 등 서비스분야의 개방확대가 몰고 온 파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정부가 소주세율을 80%로 올리기로 한 것도 UR협정에 따라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바로 이 WTO체제 하의 첫 무역협상인 뉴라운드협상이 두달 뒤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다. 11월30일∼12월3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제3차 WTO각료회의가 그것이다. 이 회의에서 뉴라운드협상의 원칙과 범위가 정해지고 3년 내 협상종결을 다짐하는 선언문이 채택될 전망이다. 이 시간표대로라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 직후에 이 협상이 최종타결되고 우리는 UR협정보다 더 확대된 시장자유화의 거센 물결과 맞닥뜨리게 된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농업 서비스 공산품분야의 철저한 무역자유화를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에선 수출보조금의 완전 철폐와 국내보조금의 대폭 삭감, 유전자변형농작물의 수입규제 해제, 수입관세의 무관세 수준 인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농산물 수출국들도 농업분야의 특수성과 다기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농산물 교역을 공산품 수준으로 자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같은 대세에 반대되는 입장을 견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쌀의 경우 일본이 최소한의 시장접근만 허용하는 정책 대신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을 선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적용되고 있는 쌀의 관세화유예를 연장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통상협상력 극대화와 분야별로 이해를 같이하는 나라들과의 연대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UR협상 때의 시행착오와 협상력 분산 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조와 범정부 차원의 치밀한 협상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아울러 협상결과에 따른 산업별 국내 보완대책을 단계적으로 미리 마련해 추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또다시 막연한 대비책만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협상이 끝난 뒤 그 충격에 허둥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