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 서울에서 광주가 16시간씩 걸리는 등 사상 최악의 교통전쟁을 치렀던 올 추석 귀성길에는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도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고속도로의 일반 차로가 아무리 밀려도 항상 ‘씽씽 차로’를 뽐냈던 버스전용차로가 올해는 일반차로보다 약간 빠르거나 거의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특히 버스전용차로가 시작되는 경부고속도로 서울 서초인터체인지에서부터 서울 기점 70㎞인 경기 평택 구간에서는 곳곳에서 버스전용차로가 일반차로보다 밀리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버스전용차로가 이처럼 제구실을 못하자 일부 승합차 운전자들은 버스전용차로에서 나와 일반차로를 이용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추석 전날인 23일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한 경우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소요시간은 5시간10분. 일반 승용차를 이용하면 이보다 1시간50분 가량 많은 7시간 안팎이 걸렸다. 버스전용차로가 약간 빠르기는 했지만 이는 지난해에 비해 1시간반 이상 늘어난 것.
그러나 버스를 타고 귀성한 승객들은 “버스와 일반 승용차가 큰 차이가 없었다”며 한국도로공사의 통계수치에 의문을 나타냈다.
버스전용차로가 예년보다 크게 밀린 것은 LPG 승합차가 출시되면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9인승 이상 승합차가 크게 늘었기 때문. 또 추석 이틀 전인 22일부터 추석날까지 매일 25만여대의 차량이 몰린데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까지 내린 것도 정체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도로공사측은 이에 대해 “버스전용차로의 지체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승합차의 이용제한 강화 등을 포함한 소통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