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자동차 검사업무를 위탁받은 민간 검사대행 업체들의 횡포와 부조리가 심각하다.
사전점검 명목의 ‘급행료’가 오가는가 하면 웃돈을 받고 불법 개조차량을 합격시켜 주기도 한다. 심지어 배기가스 배출허용기준도 모르는 검사원이 검사를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
▼실태
본보 취재팀은 이달 중순 자동차검사를 받으려는 김모씨(33·서울 강남구 대치동)와 함께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업사를 찾았다. 이 업소는 정부가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96년말 자동차검사장을 확대하면서 지정한 민간 정비업소 중 한 곳.
김씨가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하자 이 업소의 직원은 “검사료만 내고 직접 검사를 받겠느냐, 아니면 우리가 사전점검을 하고 검사까지 대행해 주는 방법을 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사전점검을 받으려면 정해진 검사료(2만1600원) 외에 2만5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검사를 받는 쪽을 택한 김씨는 먼저 온 사람들 뒤에서 1시간2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사전점검을 받겠다며 추가비용을 낸 운전자들은 정비업소 직원들이 직접 차를 몰고 순서를 무시한 채 맨 앞으로 가 검사를 받게 했다.
물론 사전점검 절차는 없었다.사전점검비가 결국 ‘급행료’였던 셈이다.
김씨 등 다른 운전자들이 항의하자 공업사 직원은 “우리도 영리를 목적으로 업소를 운영하는데 그 정도는 손님들이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같은 급행료 관행은 그래도 나은 편. 경기 광주군의 한 공업사는 불법개조됐거나 배출가스가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차량에 대해 대당 평균 20여만원씩 웃돈을 받고 검사표를 허위로 작성해 합격시켜주다 16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적발됐다.
또 서울시가 최근 지정 정비사업체 64곳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인 결과 기기가 아닌 육안으로 검사를 하거나 심지어 검사원이 배기가스 허용기준치도 모르는 곳이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며 1건에 3만∼4만원의 대행료를 받고 자동차검사를 대신 받아준다는 이모씨는 “운전자가 돈만 조금 더 내면 웬만한 경우 다 합격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 차량은 연간 550만대. 현재 전국적으로 교통안전공단 검사소 45곳과 출장검사장 157곳, 지정 민간 정비사업체 841곳에서 자동차검사를 하고 있다.
▼대책
자동차 검사와 관련한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시군이나 구청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단속의 손길을 펴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담당직원 1,2명이 검사기일을 알리는 안내장과 경고장 발송, 과태료 부과 등 각종 부수 업무까지 맡고 있어 일선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검사와 관련한 불편신고를 접수하고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처 관계자는 “민간 공업사나 정비업소에서의 추가비용 요구 등 불편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현행 자동차검사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 환경부에서 추진 중인 자동차중간검사제와 연결지어 운전자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현재 자동차 검사기간(2년 주기) 중간에 매연 등 환경오염과 관련된 검사만 별도로 실시하는 2년 주기의 중간검사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정비문제는 운전자의 자율점검에 맡기고 환경오염과 관련된 사항만 검사하면서 도난과 보험가입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사제도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달·이명건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