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모래판의 왕좌에 복귀한 ‘들소’ 김경수(LG증권).
겨울철 스노보드와 스키로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왕눈이’염원준(태백건설).
들배지기 기술을 새롭게 습득해 천하 패권을 노리는 ‘슈퍼 골리앗’ 김영현(LG증권).
방심만 하지 않으면 최정상을 고수할 만한 ‘모래판의 지존’ 이태현(현대).
그리고 이 중 허리를 바탕으로 괴력을 발휘하는 ‘영원한 우승후보’ 신봉민(현대)과 다재다능한 ‘재주꾼’ 황규연(삼익).
이태현 김영현이 주도해오던 모래판에 막강한 강자들이 속속 정상 도전장을 내면서 ‘씨름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27일 포항에서 열린 장사씨름대회는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를 실감케한 무대.
97년 충주와 밀양장사대회 준우승 이후 최근 2년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염원준이 황규연을 꺾은데 이어 4강전에서 뛰어난 발기술로 이태현을 무너뜨리는 이변을 일으켰다.
비록 염원준은 결승에서 부상으로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김경수에게 패했지만 체력과 기술에서 정상권의 실력을 발휘했다.
구미장사대회와 올스타장사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최근 정상을 달리던 김영현이 이태현에게 0―2로 지고 3,4위 결정전에서 신봉민에게 패한 것도 뜻밖의 결과.
또 한라장사급에서 신인 김용대(현대)가 첫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모제욱(태백건설), 김은수(현대), 남동우(LG증권) 등 기존의 강자들에 이성원 박공선(이상 LG증권), 장명수(태백건설) 등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해 대접전을 이루고 있다.
한국씨름연맹의 권석조사무총장은 “그동안 힘만 가지고 씨름을 하려던 선수들이 기술을 부단히 연마하면서 개성있는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며 “경기내용이 재미있어져 씨름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