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가 동티모르 파병 문제로 진통을 겪는 사이 자민련은 의원총회를 갖고 국민회의와의 합당 및 선거구제 문제를 놓고 사분오열(四分五裂)의 양상을 보였다.
○…이날 토론이 시작되자 충청권 의원들은 일제히 ‘합당 반대, 소선거구제 유지’주장을 폈다.이원범(李元範·대전서갑)의원은 “내각제 개헌 유보로 당 지지도가 4% 안팎으로 떨어지더니 합당 얘기가 나와 당의 정체성마저 없어졌다”면서 ‘자민련 사수(死守)’를 외쳤다. 이상만(李相晩·충남아산)의원은 “합당하면 소속 의원 중 많은 이탈자가 나온다”, 오장섭(吳長燮·충남 예산)의원은 “소선거구제로 가면서 정책개발을 잘 해 국민의 신뢰를 얻자”고 주장했다.반면 영남권 의원들은 ‘합당 반대, 중대선거구제 도입’쪽이었다.
차수명(車秀明·울산남갑)정책위의장은 “지역구에 가면 자민련 간판을 언제 내리느냐고 한다”면서 합당불가 결의를 제안했다. 김동주(金東周·부산해운대―기장을)의원도 “합당은 절대반대며 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를 해야 당이 산다”고 거들었다.
박구일(朴九溢·대구수성을)의원은 “합당과 선거구제 문제 때문에 결심해선 안될 것을 결심하는 사람이 나올까 두렵다”며 일부 영남권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합당 찬성론자’는 한영수(韓英洙·서울 양천갑지구당위원장) 이태섭(李台燮·경기 수원장안)부총재 뿐이었다. 한부총재는 “정치상황에 따라 합당도 하고 독자적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어려운만큼 더 늦기 전에 합당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부총재는 “합당을 죄악시하는데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모두 합당해서 됐다. 합당하면 JP가 총재를 맡아 공천권을 갖게 되는데 무엇이 나쁘냐”고 따졌다.
점심시간을 포함해 5시간 동안 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박태준(朴泰俊)총재는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치개혁”이라고 화제를 돌린 뒤 “오늘 나온 얘기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께 전할테니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며 결론없이 회의를 끝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