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기구인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가 창립 1주년(10월2일)을 맞아 어제 기념식을 가졌다. 제2건국운동은 지난해 8월1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제창함으로써 시작됐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의식개혁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이 운동의 근본취지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민간주도를 앞세운다고 해도 결국 관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런 ‘민관합동’운동으로 국민 의식을 과연 얼마만큼 개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일 수밖에 없다. 제2 건국위 1년의 평가가 ‘간판만 요란할뿐 활동은 부실한’ 것으로 요약되는 것도 관계자들의 노력 여부보다는 이런 운동이 갖는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제2건국운동 출범때부터 예상된 것이기도 하다.
제2 건국위는 지난 1년 동안 실질적 활동보다는 관(官)주도 탈피라는 외형갖추기에 급급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애초 대통령 자문기구가 정부개혁까지 주도할 것처럼 거창하게 일을 벌이려 한 것이 야당은 물론 일부 지방자치체의 반발을 불렀고 결국 출범 5개월만에 행정자치부장관이 맡던 기획단장, 국무조정실장과 청와대 정무기획수석이 맡던 부단장을 모두 민간인으로 교체하는 등 민간주도의 틀로 바꿔 나갔다.
그러나 5월 행정자치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제2의 건국운동 활성화 지침’을 내려보내고 관공서마다 ‘제2건국운동 깃발’을 게양하도록 한 것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실질적 관주도를 벗어나기는 어려웠다고 본다. 물론 전국적인 운동을 펼치는데 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체들이 제2건국운동을 위해 추진위를 구성하고 공무원들을 배치했지만 정작 활동이 별로 없어 예산만 축내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런 민관합동은 곤란하다.
제2 건국위측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개혁을 추진해야 ‘국민이 체감하는 개혁, 성공하는 개혁’이 될 수 있다며 이 운동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당위성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현집권세력과 정부, 지도층부터 쇄신해야 한다. 국민은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정치인을 손꼽는다. 그러나 정치개혁은 되는 게 없다. 일부 권력핵심 및 그 주변인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공직자들의 부정 부패도 여전하다. ‘누가 누구더러 개혁하라는 것이냐’는 삿대질이 나올 판이다. 국민의 개혁 동참은 정부와 권력 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이루어질 때만 가능하다.
국민적 공감을 제대로 얻지 못할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의문시되는 제2건국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