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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Art]천년을 기록한 예술가의 눈(4)

입력 | 1999-09-30 19:42:00


요즘 음식을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나 화려하고, 신선하고, 맛있어 보인다. 사진 속에 들어 있는 음식의 재료 하나하나가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깔스럽다.

이렇게 고도로 연출된 완벽한 음식사진이 인기를 끌면서 사진 속 음식이 음식의 이상적인 모델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음식이 고도의 예술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러나 사진 속의 음식과 요리가 잘된 현실 속의 음식 모양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범한 상차림을 보면서 오히려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가공의 이미지 만들어내

대니얼 해리스는 내년에 출간될 예정인 자신의 책에서 맛깔스럽다는 개념 자체가 “굴절된 렌즈를 통해 반사된 눈속임에 바탕을 둔 20세기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세기의 성 혁명이 사람들의 기대치를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불만의 씨앗을 뿌린 것과 마찬가지로 음식 사진의 혁명 역시 인간이 가진 미각 후각 촉각과 동떨어진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음식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바뀐 것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잡지들이 요리 페이지에 컬러 사진을 싣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였다. ‘굿 하우스키핑’지가 1935년에 컬러로 찍은 음식 사진을 처음으로 게재했고, 곧이어 높이 솟은 아이스크림과 젤리 등의 사진을 모든 잡지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눈부신 사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들은 사진가 예술감독 요리사 그리고 소도구의 공동작품이다. 미국 최고의 음식 연출자인 들로레스 커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음식이 맛있어 보이도록 연출하는 작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일종이다.

커스터는 20년 동안 음식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음식 사진 기법의 변화를 목격했다. 20년 전의 잡지들은 뷔페 식탁에 여러 종류의 음식이 놓여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게재하곤 했다. 커스터는 “옛날에는 접시 식탁 장식 꽃병 등 소도구들이 음식만큼 중요하게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단 한가지 요리만을 클로즈업해 찍는다”면서 ‘음식 자체가 주인공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음식의 윤기나 바삭거리는 느낌, 신선함 등을 사진에서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커스터는 음식에 윤기를 주기 위해 식물성 기름과 물을 각각 다른 물뿌리개에 담아 음식에 뿌리는 방법을 이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기만한 사진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다. 커스터는 “요즘에는 신선함과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된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음식을 예전보다 덜 조심스럽게 연출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복숭아 파이를 연출할 때 옛날 같으면 꽃잎 모양의 가장자리 장식을 완벽한 모양으로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자연 상태의 꽃잎처럼 비틀린 모양으로 연출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자연상태 연출

이제는 음식 잡지의 표지 사진과 광고에도 너무 완벽하지 않은 사진들이 등장하고 있다. 커스터는 “완벽함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약간 멍이 들거나 가장자리 색깔이 거무스름해진 음식들이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그런 사진이 보다 현실과 가깝고 자연스러우며 신선해 보인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4/oneill.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