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복마전’이었다.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이미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지만 특히 퇴직금 지급실태에 관한 한 여전히 ‘성역(聖域)’임이 또 다시 확인됐다.
30일 대한주택공사(사장 조부영·趙富英)에 대한 국회건설교통위원회 국감장.
한나라당 조진형(趙鎭衡) 권기술(權琪述)의원은 “주공의 총 부채가 10조원에 이르고 하루 부채도 평균 57억원씩 늘어나고 있는데도 주공이 지난해 퇴직금으로 지급한 돈이 무려 2423억원이며, 퇴직자의 26%인 321명이 3억원씩이 넘는 퇴직금을 받아갔다”고 개탄했다.
국민회의 서정화(徐廷華) 김홍일(金弘一) 김길환(金佶煥),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김용갑(金容甲)의원은 “주공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법정퇴직금과 별도로 희망퇴직금 명목으로 총 50억원을 지급했다”고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주공 뿐만이 아니었다.
기획예산처가 지난해 말 공기업의 법정퇴직금제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5년 근속을 기준으로 공기업 임직원은 평균 1억5400만원을 받은데 비해 민간대기업 퇴직자는 평균 8700만원에 그쳤다.
퇴직금 누진제를 이용한 편법이었다. 민간기업에서는 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는데 비해 공기업은 상여금과 수당이 포함된 기준급여에다 민간기업의 최고 5배에 이르는 누진율을 적용해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20년 근속시 민간기업은 20개월치의 퇴직금을 주는 데 반해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아직도 최고 90개월분 △조폐공사는 75개월분 △광업진흥공사는 64개월분 △농업진흥공사는 48개월분의 퇴직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특히 명예퇴직금제도까지 과거 그대로 운영, 심지어 20년 근무한 부장급의 명퇴금을 포함한 퇴직금이 10억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