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읽기의 자유'
박규태 외 지음/청년사
종교는 무엇이고, 종교와 종교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신비 체험이 있어야만 종교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와 종교적인 것의 차이는 또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종교라는 것이 원래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나 논리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종교와 종교를 둘러싼 것들이 모호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나의 편협한 틀로 종교를 바라 보아선 곤란하다.
소장 종교학자 7명이 펴낸 이 책은 종교를 자유롭게 읽고자 한다. 부제는 ‘상상력으로 읽는 종교, 종교로 상상하는 문화’.
저자들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대규모의 제도권 종교만을 염두에 두는 우리의 닫힌 시각을 뛰어 넘는다. 우리의 비종교적인 일상 곳곳을 누비면서 거기 숨겨진 종교적인 것을 찾아 그 문화적 의미를 읽어낸다.
인간 존재의 문제, 몸과 욕망과 권력의 문제, 삶의 모순에 대해 깊게 사유한다. 종교와 악마, 종교와 폭력의 관계도 탐색한다. 종교에는 선(善)질서 평화 절제만이 있는게 아니라 악 혼돈 폭력 욕망이라는 또다른 뿌리가 함께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 속에서 종교적인 것을 찾아내기도 한다. 최근 우리 대중문화가 초현실이나 전생에 관심 갖는 것 자체가 하나의 종교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의 특징이자 매력은 종교적 현상의 다양성, 혹은 모호함을 해독하기 위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상력이란 자유롭고 싶어하는 욕망이자 감춰진 것을 들여다보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상상력을 통해 역시 상상력의 산물인 종교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 한다. 저자들의 열린 시각 역시 이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자들은 우리 종교의 흑백논리도 이같은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들의 인문학적 예술적 해박함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물의 상상력, 불의 상상력, 신화적 상상력, 종교적 상상력 등 다양한 상상력을 소개한 대목만으로도 인문교양서로서의 높은 향취를 느끼게 된다. 400쪽, 1만2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