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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성물질 누출]규정치 7배 우라늄투입 人災

입력 | 1999-10-01 19:13:00


일본 원자력사업사상 첫 ‘임계(臨界)사고’이며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의 방사성물질 누출사고는 ‘인재(人災)’였다. 그동안 일본사회가 자랑해온 ‘안전신화(神話)’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고는 원전연료로 사용될 우라늄을 가공처리하는 민간업체 JCO 도카이사업소 직원들이 침전용 탱크에 규정보다 훨씬 많은 우라늄용액을 주입, 이것이 연쇄핵분열(임계현상)로 이어지면서 일어났다. 사고직전 주입된 우라늄용액은 1회에 16㎏으로 통상주입용액 2.4㎏의 7배에 가까웠다.

우라늄용액은 용해탑 저장탑 침전용탱크를 거치면서 농도와 양을 철저히 관리하게 돼 있다. 그러나 JCO측은 규정을 무시하고 용해탑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용기에서 수작업으로 우라늄분말과 초산을 배합, 이 용액을 침전용탱크에 그대로 주입했다.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양의 우라늄용액이 탱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도 일본의 원전이나 핵연료재처리공장에서는 가끔 사고가 일어났다. 95년12월에는 고속증식로에서 냉각용 나트륨이 누출됐고 97년3월에는 핵연료 처리시설의 화재로 종업원들이 소량의 방사능에 노출됐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처음으로 피폭에 따른 중상자가 나온데다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대기에 방출돼 주변지역이 공포에 빠지는 등 피해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이번 방사선누출 정도는 레벨 4로 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의 레벨 5보다 불과 한단계 낮았다. 일부 피해자의 방사선 피폭량은 45년 히로시마(廣島)원폭 피폭자나 원전사상 세계최악의 방사선누출사고였던 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원전사고의 피폭자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계사고는 지금까지 미국과 서구에서 8건, 구소련에서 12건 일어났다. 그러나 대부분 원자력 기술개발 초기의 일로 8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그런 사고가 없었다. 이런 ‘원시적 사고’가 고도의 기술력과 안전의식을 자부해온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일본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게다가 JCO측은 사고 1시간 뒤에나 당국에 첫 보고를 했고 정부의 대응도 늦었다.

일본정부는 이를 계기로 원자력관련시설의 안전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일반국민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원자력사업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1일에는 후쿠이(福井)현에서 다카하마(高濱)원전에 사용될 원전용 핵연료 반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도쿄〓권순활특파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