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왜 위대한가.
왜냐하면
그건 우리를 죽여주니까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되살리며
하여간 우리를 죽여주니까
―시집 ‘갈증이며 샘물인’(문학과 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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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이 4년 휴식년에 들어갔다는 표지로 계곡에 줄 울짱이 쳐졌다. 사람들이 못 들어가자 울짱너머의 계곡물은 천상의 물처럼 고여 있었다. 비가 내리고 난 뒤 그 앞을 지나치려면 물속으로 들어가고파 온 몸의 세포가 다 들썽거렸다. 저 속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어느 날부턴가 울짱너머의 물 속에 고기들이 놀기 시작했다. 이제 산에 오른 아이들은 울짱 사이로 고개를 디밀고 곁의 어른들에게 물고기 이름을 묻는다. 이름? 물. 고. 기. 그들의 입가에 번진 웃음. 맑디 맑아 푸른 빛이 도는 물 속에서 지느러미들을 하느작거리는 물고기들. 그들이 간 뒤 나도 아이들처럼 울짱너머로 얼굴을 빼고 물속을 들여다보는데 저절로 새나오는 탄성! 죽여주네!
신경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