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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대책 반응]금리 하락 '약효'…증시는 '냉담'

입력 | 1999-10-04 18:38:00


《정부가 4일 발표한 금융안정대책의 초점은 금리안정유도 및 채권시가평가 유보로 금융시장 불안의 핵(核)인 수익증권 환매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데 맞춰져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채권의 단기매수세력이 살아나 회사채 금리 등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등 대책발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주식시장은 주가가 급락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금리안정이 관건〓정부는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금리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중장기적으로 회사채 유통수익률을 지금보다 1∼2%포인트 낮은 연 8% 안팎으로 끌어내리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석동(金錫東)법규총괄과장은 이와 관련 “대우채권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지급을 보장한 상태에서 금리가 안정되면 환매를 서둘러도 유리할 게 없다는 생각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요인 해소겨냥〓내년 7월로 예정된 투신 구조조정을 조기에 실시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리가 안정되고 대우계열사에 대한 처리가 조기에 가시화하면 투신사 경영여건도 호전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퇴출 또는 합병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공사채형수익증권 환매를 내년 2월8일 이후까지 기다려주면 대우채의 95%를 정부가 보장한다는 것도 불안심리를 달래려는 대책. 투자잘못에 대한 책임은 증권사나 투신사에만 묻고 최악의 경우 증권 투신사가 대우채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더라도 공적자금을 투입, 고객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채권시장 반응〓정부가 채권안정기금을 늘려서라도 장기채권 금리를 연 9%보다 1∼2%포인트를 더 낮추겠다는 발언이 주효했다.

단기 매수세력들의 활발한 채권 사자주문이 나온 덕에 3년만기 회사채는 2일보다 유통수익률이 0.4%포인트 떨어진 9.45%선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발표에 대해서 중장기적인 믿음을 갖는 참여자들은 많지 않았다.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지금보다 금리를 더 떨어뜨리겠다고 하니 채권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은 채 단기매매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내렸다. 미래에셋투자자문의 이병익(李炳益)펀드매니저는 “정부가 현상태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은 모두 발표한 걸로 보이지만 투신권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자들의 심리에 깔려있어 대책발표의 약효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정부발표직후 주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가지수선물 매도세력이 나타나면서 ‘선물약세→프로그램매도→지수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동안 매도세를 지속하던 외국인투자자들은 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의 전용배(田勇培)국제영업부장은 “현지수대에서 외국인들의 매도는 일단락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재·정경준기자〉y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