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경제위기로 부도를 맞았던 벤처기업 두인전자가 ‘뮤직시티’란 음반자동판매기를 내놓고 재기에 나섰다.
서울공대 출신 김광수사장(39)이 이끄는 두인전자는 오봉환사장의 가산전자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멀티미디어업체로 손꼽혀온 업체. 컴퓨터로 TV를 시청하는 ‘TV카드’를 개발, 94년 26억원이던 매출을 95년 125억원, 96년 283억원으로 늘리는 등 매년 100% 이상 고속성장 해왔다.
그러나 확장일로를 걷던 두인전자는 IMF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9월 300억원의 부채를 안은채 무너졌다. 대규모 투자를 한 DVD사업과 해외진출에서 시장수요가 예상외로 저조해 부채가 산더미처럼 불어난 것.
부도이후 지금까지 1년간 두인전자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벌였다. 170명이던 직원을 60명으로 줄이면서 채권자들과 부채연기협상을 벌였다. 사무실도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분당으로 옮기고 적자덩어리였던 DVD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망한 뒤에야 우리가 얼마나 회사를 방만하게 운영했는지 알겠더군요. 정든 식구들을 내보내고 월급마저 밀릴 때는 피눈물이 났습니다. 그러나 남은 직원들이 똘똘 뭉쳐 오로지 기술력으로 다시 일어서자고 다짐했습니다.”
김사장은 1년간 연구개발에만 힘을 쏟은 결과 음반자동판매기를 비롯, 위성통신용 보드, 디지털방송 송출장비 등 신제품으로 새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뮤직시티는 누구든지 노래방처럼 원하는 노래를 골라 즉석에서 10곡이 수록된 테입을 뽑을 수 있는 일종의 ‘노래자판기’. 신세대들의 출입이 잦은 PC방이나 대학가 백화점 지하철역 부근에 설치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가수 곡목 분야별로 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기계의 핵심은 데이터압축기술. 두인전자의 노하우가 없으면 노래 10곡을 3분만에 테입에 복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신곡은 인터넷망을 통해 수시로 음반자동판매기에 추가된다.
두인전자는 LG산전과 계약을 맺고 11월부터 전국 5000여 곳에 음반자동판매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노래테입 1개를 뽑는데 드는 가격은 5000원 정도.
위성통신용 보드는 유럽쪽에 수출하기 위해 상담을 진행중. 디지털방송용 송출장비도 방송사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두인전자의 이같은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주주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164억원의 신규자금을 모아주었다. 한때 4009원까지 떨어졌던 코스닥시장의 주가도 최근 1만원선을 회복했다.
IMF로 부도를 낸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 두인전자의 기사회생은 우리경제의 모습과 상당히 닮은 꼴이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