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명랑하던 중학 1학년 여학생이 갑자기 결석했다. 어머니는 의사에게 가보자고 했지만 아픈 데가 없다며 거부했다. 학교에서 무슨 기분나쁜 일이라도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그렇지 않다며 화를 냈다. 며칠 지나서부터는 아침에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다. 저녁무렵에 일어나 동틀 무렵까지 방에 틀어박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몇차례나 학교갈 준비는 했지만 결국 가지 않았다.”
지난달 일본 문부성이 발표한 ‘부등교(不登校·등교거부)’사례 중 하나다.
부등교는 일본 교육계의 또다른 골칫거리. 문부성은 처음에는 이 현상을 ‘등교거부’‘학교혐오’ 등의 항목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부등교’라는 중립적 표현을 썼다. 학생만이 문제라는 시각을 바꾼 것이다.
98년에 30일 이상 학교에 가지 않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12만명을 넘어섰다.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295명중 한 명, 중학생은 43명중 한 명꼴. 중학생은 97년에 비해 20%나 늘었다.
부등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들은 무인가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출석으로 간주해주는 경우가 많고 등교해서도 양호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학생이 적지 않아 실제 부등교학생은 최대 2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이런 현상이 특히 문제되는 것은 이렇다 할 이유없이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 원인별로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한 ‘정서적 혼란’ 26.5%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복합’요인 22.7% △왠지 그냥 등교하지 않는 ‘무기력’ 21.5% △비행 등 기타 10.8%였다.
부등교 문제를 다루고 있는 문화의학연구소 다카하시 요시오미(高橋良臣)는 ‘고민하지 않는 부등교’가 전체 부등교생의 30∼4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학생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상담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부등교가 문제라면 고교에서는 아예 학교를 자퇴해 버리는 현상이 심각하다. 97년에는 전체 고교생의 2.6%인 11만1000여명이 자퇴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