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정책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최근 제9기 구성을 마치고 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전체회의를 갖는다. 2년마다 열리는 행사다. 이 자리에는 전국 각 지역 및 직능 대표 1만2000여명이 초청됐다. 그 겉모양만 본다면 구성원들이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는 준대의(代議)기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평통은 그 규모에 걸맞게 합리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가에 대한 의문의 소리가 많다. 심지어 이 기구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이번 9기 구성과 관련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이 기구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탈퇴의사를 밝혔다. 민주평통은 이런 안팎의 고언(苦言)에 귀 기울여 거듭 태어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헌법의 관련 조문에는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민주평통을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헌법상의 대통령 자문기구가 여러 비판을 받게 된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을 것이다. 우선 이 기구가 태어난 역사적 뿌리 때문에 상당히 나쁜 이미지가 계속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평통은 유신헌법상의 통일주체 국민회의가 그 뿌리였다. 대통령 직접선거를 없앰으로써 국민의 정부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 유신헌법의 주요 골자였고 거기서 통일주체 국민회의가 대통령을 간접선거하는 ‘거수기’ 노릇을 한 것이다.
민주평통은 그 위상과 역할이 통일주체 국민회의 때와는 달라졌다고 하지만 기본조직과 구성원 등에서 태생적 문제를 가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환경에 걸맞은 위상을 세우려면 더욱 근본적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문위원의 연임제한을 두어 인적 구성이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로 대폭 순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운영위원회와 각 분과위, 상임위원회 조직도 신진인물들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운영을 쇄신해야 할 것이다.
이 기구를 유지하는 데 드는 예산도 결코 만만치 않다. 자문위원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 명예직이라지만 60여명의 상근직원이 있어서 연간 수십억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예산 사용내용도 자문을 하기 위한 정책연구나 여론수렴에 드는 경비보다도 인건비와 행사비가 주류를 이룬다. 역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구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대부분이다.
민주평통이 비용에 걸맞은 효용성을 가지려면 시대에 맞게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 구성과 운영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런 기구를 언제까지 두어야 하느냐는 비판의 소리는 계속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