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4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중앙일보 고위간부가 7월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된 직후 ‘선처’를 부탁했으나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장관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앙일보 기사를 인용해 “보광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실시된 직후 중앙일보 간부에게 ‘7월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미국방문에서 돌아오면 책임지고 조용하게 처리되도록 말씀드리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박장관은 “당시 중앙일보측이 먼저 그런 부탁을 했으나 책임있는 답변을 할 위치에 있지 않고 국세청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점만 밝혔다”면서 “다만 언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협력할 일이 있으면 협력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장관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앙일보 편집국장 논설실장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 △지난해 3월9일 중앙일보 사장실을 찾아가 컵을 깨며 ‘협박성 압력’을 가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추궁한 데 대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박장관은 이어 “공보책임자로서 언론에 설명과 해명을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반론권을 행사한 적은 있지만 언론탄압을 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성범(朴成範)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에 앞서 “현정부는 탈세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걸어 DJ정권에 비판적인 중앙일보 사주를 구속했다”면서 “최근 일련의 중앙일보 보도에서 드러나듯 박지원장관 등 현정부는 교묘한 수법으로 언론통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또 중앙일보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언론탄압 진상조사 특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또 박장관의 이날 문광위 답변이 ‘위증’이라며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라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작년 3월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인 금창태(琴昌泰)부사장 등 중앙일보 관계자 4명, 그리고 국제언론인협회(IPI)부회장인 방상훈(方相勳)조선일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여야는 5일 오전까지 3당 간사협의를 통해 특위구성 및 증인채택문제를 절충키로 했다.
여당의원들은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지적하고 있듯이 중앙일보 사태는 탈세가 본질인데도 중앙일보와 야당은 이를 언론탄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별도로 이날 소속의원 132명 명의로 박지원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건의안에서 “박장관은 현 정권 출범후부터 중앙일보 경영진과 편집진에게 수시로 협박과 회유를 통한 언론탄압을 자행했다”면서 “실세장관으로서 정파적 이익에 치우친 직무수행을 한 박장관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해서는 안되는 부적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홍보처는 이날 한국정부의 언론탄압의혹을 제기한 세계신문협회(WAN)와 IPI 등에 정부대변인 명의의 서한을 발송했다.
국정홍보처는 이 서한에서 홍석현(洪錫炫)사장 구속이 개인의 위법사항에 대한 정당한 법집행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언론문제로 비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김창혁·공종식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