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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천일/위성 관련法 기구개편 서둘러야

입력 | 1999-10-05 19:37:00


위성은 새 천년을 맞이하는 지금 국가의 정보화와 세계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뉴미디어이다. 국가정보화 측면에서 위성망은 광케이블망 위주의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을 보완할 수 있다.

21세기 통신의 핵심주체가 될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에 대한 기대도 바로 위성의 활용에서부터 시작한다. 무궁화위성 3호를 이용한 인터넷서비스는 기존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보다 수십배 빠른 속도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른바 초고속 위성인터넷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방송 영역에서 위성방송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 다채널의 특성은 국민이 누리는 정보의 선택 폭을 확장하고 세분화한 정보문화 욕구를 충족시켜 국민 문화의식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 또한 방송의 난시청을 일거에 해소해 이른 바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나아가 통일시대에 대비해 민족통합망으로도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위성방송시대의 개막은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저변확대와 현재 열악한 국내 영상제작산업 환경을 일대 쇄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위성은 여러가지 응용기술의 복합체로 정보통신 및 방송기기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이같은 인식에 기초해 95년 선도적인 디지털 기술을 채택한 무궁화위성 1호가 발사됐다. 그러나 위성의 무궁한 잠재적 위력을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는 제대로 마련해 놓았는가? 위성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가? 다양한 위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의 조직은 체계화됐는가? 어느것 하나 시원하게 대답할 구석이 없다. 몇 년째 통합방송법은 수많은 논쟁만을 거듭한 채 표류하고 있다. 위성방송을 계획한 사업자는 하나 둘씩 대부분 철수한 상태이고 관심을 갖던 외국사업자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짐 챙긴지 오래다. 이러한 형편이다보니 차세대 위성발사 및 궤도 확보방안 등 위성산업에 대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위성산업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큰 사업이면서 동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벤처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의 활성화로 공공성에 입각한 방송규제의 틀과 국가단위의 정보주권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 위성방송 선진국들은 70년대말부터 통신방송산업의 민영화, 경쟁촉진, 그리고 세계화를 핵심으로 하는 통신방송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추진해 새로운 기틀을 다졌다.

한국은 95년 무궁화위성을 발사하고 케이블TV를 도입했으니 선진국에 비해 10∼15년 뒤진 셈이다. 더욱이 위성방송사업의 지지부진으로 인해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위성산업을 포함한 국내 통신과 방송산업이 보다 확대된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제경잭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법제와 기구개편을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기에 다다랐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늑장을 부려 국내 위성산업은 물론 통신과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가지 말기를 바란다.

박천일(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