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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국감]펀드간 수십兆채권 이동-투자자 피해 속출

입력 | 1999-10-05 19:37:00


투신사들이 펀드간에 운용중인 채권을 마음대로 이동시켜 펀드수익률을 조정한 금액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우채권 환매조치가 있은 8월12일 이후에도 일부 투신사는 대우채권을 펀드간에 이동해 투자자의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한국 대한 현대 한일 외환 조흥 대신 등 7개 투신사에대해 기관경고조치를 내렸다.

5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펀드간 채권의 편출입규모를 공개하고 투신사들의 펀드운용 관행이 신탁자산의 부실을 심화하고 투자자에게 상당한 규모의 피해를 주었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불법 자전거래 규모〓금융감독원이 김민석(金民錫·국민회의)의원과 권영자(權英子·한나라)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 검사에서 지적된 투신사 자전거래 규모가 7개사에 모두 15조877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신사별로는 대한투신이 2209개 펀드를 이용해 6조8999억원, 현대투신은 496개 펀드에서 1조7603억원, 한국투신은 1193개 펀드에서 4조6608억원, 한일 외환 조흥 대신 등 4개 투신사는 2조5571억원의 채권을 변칙적으로 자전거래했다.

이들은 투신사가 고수익률을 제시했던 상품의 만기가 도래할때 펀드의 판매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 다른 펀드에 있는 고율의 채권을 빼내 수익률이 낮은 펀드로 이동,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채권시장에서 거래가 되지않은 채권을 투신사 고유계정에서 사들여 투신사 자산을 부실화시킨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간 채권을 편출입하는 자전거래는 허용되어 있지만 과다한 수익률 조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시가평가가 아닌 장부가로 고객에게 약속된 수익률을 주다보니 투신업계의 어쩔 수 없는 관행으로 굳어져왔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김민석의원은 “부당편출입행위는 운용결과에 따라 실적배당하는 투신상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선의의 수익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감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대우채권 불법 편출입〓현대투신 ‘현대신단기10’펀드는 대우채권 환매제한 조치가 있은 이후인 8월16∼23일 대우자동차와 대우전자 회사채 15억원어치를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투신은 ‘BBB’이상 투자적격 채권만을 편입하게 되어있었던 머니마켓펀드(MMF)에 7월16일∼8월10일 대우통신 회사채 60억원을 편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신사 펀드가 대우채권을 투자한도(10%) 이상 갖고있어 투자자의 민원도 상당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해 8월12일 이후 현재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17개 투신사, 107건에 달하며 이중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건수가 46건에 338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5월부터 펀드에서 채권을 빼낼 때는 펀드 평균수익률에 근접한 수익률을 가진 채권부터 빼내도록 지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진행중인 5대 재벌 연계검사에서도 펀드간 부당편출입 사례가 상당수 발견되었으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