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소주세율 인상을 앞두고 주류업계에는 때아닌 소주 사재기 바람이 극심하다.
소주세율이 35%인 요즘 소주를 사두었다가 내년 80%로 오른 다음 팔면 47%가량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 때문.
▼내년 소주세율 인상▼
주류 도소매업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은행대출이나 사채까지 얻어 마구잡이로 소주를 사모으고 있는가 하면 일부 소매점에서는 아예 소주를 창고에 쌓아놓고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일반인까지 사재기 가담〓대구의 주류 도매업자 김모씨는 얼마전 은행으로부터 급히 10억원을 대출받아 소주 200만병 6만6000상자를 샀다. 이는 평소 그가 취급하는 물량보다 무려 20배나 많은 규모. 소주세율이 내년초 대폭 오르면 거액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1000평짜리 창고를 빌려 소주를 쌓아놓고 있는 것.
사재기 열풍은 주류 도소매업자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최근 가족들의 적금을 모두 해약해 5000만원의 자금을 마련, 소주 10만병 3300박스를 샀다. 정기적금은 몇년 부어야 세전 10%(약 500만원)의 이자를 받지만 소주를 사두면 3개월만에 2000만원 이상은 남길 수 있다는 계산.
이 바람에 유통업체에서는 소주를 사놓고 판매대에 내놓지 않아 소비자들은 소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1인당 소주 2,3병이상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써붙이는 등 소주사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소주업계 빈병회수 비상〓소주업계는 사재기 바람으로 인한 주문이 과거 정상물량의 두 세배가량으로 늘어난 상황.
▼오른뒤 팔면 큰이익▼
이에 따라 지방소주업체들은 그동안 공장가동률이 평균 50∼60%에 불과하고 대규모 재고도 떠안고 있었으나 최근 재고를 완전소진하고 공장도 100% 풀가동해도 주문에 대지 못하고 있을 정도.
그러나 사재기로 인해 소주 빈병이 회수되지 않아 소주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재기 이후 빈병 회수율이 90%에서 70%로 떨어져 연말까지 새병 1억5000병 가량을 구해야 하는 실정.
▽사재기 방지 시급〓소주업계는 내년초 사재기한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업계 공동으로 사재기를 막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진로와 ㈜두산 보해 등 소주업체들은 내년부터 병마개 색깔을 바꾸는 등 올해 생산제품과 내년 제품이 구별되게 함으로써 상인들이 얼마나 사재기했는지 나타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70년대 세율인상을 앞두고 사재기한 물품에 대해 세금차액을 부과했던 ‘소지과세제’를 다시 도입해줄 것을 정부당국에 요청해놓은 상태. 소주세율 인상을 틈탄 횡재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정부의 강력한 방지책만이 소주사재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