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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정부 개혁태풍에 복지부동 '몸조심'

입력 | 1999-10-05 19:37:00


‘나 지금 떨고있니’

사상 최고액인 한진그룹 조세포탈 사건이 터진 이후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우스개스런 자조의 목소리다. ‘청와대가 다음 차례로 누구를 손 본대더라’라는 류의 ‘…카더라’통신까지 횡행하면서 재계가 납짝 엎드려있다. 얼마전까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설전을 벌여온 전국경제인연합회조차 최근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측 동태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쪽은 삼성. 중앙일보를 계열에서 분리했지만 아직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언론탄압 공방이 증폭될 경우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 특히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이 4일 “이건희(李健熙)회장 일가의 재산증여 부분을 조사중”이라는 발언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표적사정 시비가 일기 쉬워 정부가 무리하게 삼성을 몰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삼성 외에도 주요 그룹은 모두 정부 및 여론의 개혁공세에 발목을 잡혔거나 잡힐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이익치(李益治)증권회장의 주가조작 수사의 여진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 시민단체에선 아직도 “정몽헌(鄭夢憲)회장이 사주한 사건”이란 시각을 바꾸지 않고 있다.

LG도 데이콤 경영권 인수를 둘러싸고 시민단체 및 여론의 향배에 큰 관심을 쏟고있다.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대우그룹은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칩거로 몸조심을 하고 있고 SK그룹은 최태원회장의 상속세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 불안하다.

6대이하 그룹의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해 대부분 채권단의 입김을 강하게 받고있어 애초 개혁공세를 맞받아칠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게 일반적 평가. 9대 재벌인 금호그룹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도 아직 개봉되지 않은 상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