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호남지역에 발길을 끊다시피 했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6일 광주 땅을 밟았다.이총재의 광주 방문은 지난해 8월 총재 취임 뒤 처음이자 지난해 2월 대선 낙선인사차 찾은 이후 20개월만이다.
이총재는 총재가 된 뒤 대구(5회)와 부산(3회) 등 영남지역은 수시로 방문했었다.그러나 당내 일각의 호남방문 건의에 대해서는 “가봐야 소득이 없다”고 기피해온 게 사실.이 때문인지 이날 광주 전남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호남에 대해 감정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총재는 “정말 송구스럽지만 그동안 목밑에 칼끝이 들어와 있는 엄혹한 상황에서 이를 피하고 반격하느라 영일(寧日)이 없었다”면서 “DJ의 정치적 고향에 와서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 광주에 들어오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감회가 깊었다”며 자신이 유년시절(서석초등학교 1∼5학년)을 광주에서 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총재가 청주(7일) 대전(8일) 춘천(12일) 부산(14일) 강릉·속초(20일)로 이어지는 ‘지역 투어’의 첫 기착지로 광주를 선택한 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영남당’의 이미지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또 최근 들어 “호남 민심도 변하고 있다”는 보고가 집중적으로 올라왔던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와 호남도 이제 DJ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며 “호남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고 누누이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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