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끼 한 컵, 비아그라 한 알’.
드디어 비아그라가 침실을 파고 들어오게 됐다.
비아그라를 제조판매하는 한국화이자사는 “8일 비아그라를 의약품 도매상들에게 공급할 계획이어서 다음주부터 환자들이 동네약국에서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6일 밝혔다. ‘풀죽은 남성’들의 자존심을 곧추 세울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아무나 아무렇게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됐기 때문.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란?
현행법 체계에서는 아직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있지 않으므로 발기부전이라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있다.
식약청은 비아그라의 오남용을 그나마 줄인다는 명분으로 비아그라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 틀에 묶어 ‘심혈관 질환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약국에 내고 일정량 이하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구입자가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오남용 우려는 남아있다.
★국내시판용 비아그라
미국에선 25,50,100㎎ 짜리의 세 종류가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25,50㎎의 두 종류만 살 수 있다.
모두 두 알이 하나의 박스에 담겨져 있으며 박스 또는 한 알씩 구입 가능.
25㎎ 한 알은 10000원, 50㎎은 12000원 안팎. 50㎎ 짜리가 25㎎ 짜리보다 약효는 세지만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더 많으므로 화이자측은 환자들이 25㎎부터 먼저 복용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구입법
미리 심혈관질환 관련 진단서를 끊어 두었다가 약국에 내야 한다. 20세를 넘는 남성은 하루 2알, 월 8알 이하를 살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 △간경화 환자 △중증 신부전환자 △케토코나졸 이트라코나졸 에리스로마이슨 사퀴나버 등의 약 복용자는 25㎎ 짜리만 구입할 수 있다.
또 △질산염제제 복용자 △비아그라를 먹고 알레르기반응이 일으키는 사람 △의사가 성행위를 아예 하지 말라고 권한 심혈관계 질환자 △중증 간질환자 △혈압 90/50㎜Hg이하의 저혈압 또는 수축기 혈압 170㎜Hg, 이완기 100㎜Hg 이상의 고혈압 환자 △6개월 이내에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이 있었던 환자 △색소성 망막환자는 비아그라를 복용할 수 없다.
★가짜 식별법
진짜 비아그라는 중앙이 약간 볼록하고 모서리가 둥근 다이아몬드형의 푸른색 알약. 한쪽 면에는 영어로 Pfizer, 다른쪽에는 VGR25 또는 VGR50이 새겨져 있다.
화이자사에선 가짜와 구별하기 위해 박스 표면에 박스를 기울일 때마다 글자가 바뀌는 홀로그램을 붙여 놓았다.
★주의사항
비아그라는 하루 한 알 이상 먹어서는 안된다. 하루 한 알 이상 먹으면 약효가 누적돼 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는 ‘지속발기증’이나 혈압강하 등이 생길 수 있다.
화이자사는 임상시험 때 술을 먹어도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처럼 폭음이 성행위로 이어지는 문화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음주 뒤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 지속발기증이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방치하면 음경 조직이 손상돼 영구적 불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비아그라가 정력제가 아니라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력제는 몸의 기운을 보강, 약을 끊어도 약을 먹기 전보다 성행위가 잘돼야 정상이지만 발기부전치료제는 끊으면 발기가 더 안될 수도 있다.
특히 멀쩡한 사람이 비아그라를 복용했다가 ‘약물의존성’이 생긴 다음 약을 끊으면 그나마 되던 발기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중앙대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교수는 “정력이 왕성한 20대 남성은 발기 때 성기의 압력의 최대 1000㎜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90㎜Hg 정도이면 성행위가 가능하다”면서 “한창 때만 생각하고 이 약을 먹다가 갑자기 중단했을 때 90㎜Hg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