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로서 쌓은 기량을 마지막 경기에 모두 쏟아붓겠다.”
삼성 이승엽(23)이 ‘배수진’을 쳤다.
6일 현재 그의 홈런수는 54개. 일본 프로야구의 왕정치가 세운 아시아 최다기록(55개) 타이까지는 1개, 이를 경신하기 위해서는 2개의 홈런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남은 경기는 단 1게임. 7일 대구에서 한화와 치르는 시즌 최종전이 마지막 찬스다.
2게임 연속 홈런을 때려낸 뒤 2경기에서 침묵한 이승엽은 이 한경기에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많은 야구팬의 한결같은 바람이고 나 자신도 기록 달성을 원한다.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해 반드시 홈런을 날리겠다.”
마지막 경기에서 그가 왜 홈런을 쳐야 하는가. 홈런이 터지느냐, 안 터지느냐 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이승엽 자신을 위해서다. 전설적인 왕정치의 기록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야구선수에겐 크나큰 영광이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홈런이 필요한 것.
두번째는 팀을 위해서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긴 했지만 하향세에 있다. 줄곧 매직리그 선두를 달리다 한화에 덜미를 잡힌 것도 그렇고 최근 경기 내용도 좋지 않은 편.
3일 사직에선 롯데 문동환에게 완봉패를 당했고 5일 대전에선 내내 끌려다니다 4―5로 패했다. 무엇보다 활화산 같던 방망이가 침묵하고 있는 게 불안하다.
만약 이승엽이 홈런을 치지 못하고 시즌을 끝낸다면 이 분위기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승엽은 삼성타선의 ‘핵’. 그가 침묵한다면 한국시리즈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개인의 명예와 팀의 사기를 위해서 최종전에 나서는 이승엽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대전〓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