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짧은 역사의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하고도 중도퇴임하거나 재계약에 실패한 ‘비운의 감독’이 3명이나 된다.
‘페넌트레이스의 귀재’로 불렸던 김영덕씨(84삼성, 86삼성, 89빙그레, 92빙그레)와 박영길씨(87삼성), 그리고 지난해 작고한 김동엽씨(83MBC).
이들은 한국시리즈에서 상대적으로 승률이 낮은 해태나 롯데에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정규시즌 우승의 빛나는 영광을 뒤로 한 채 ‘새가슴’이란 비아냥을 들으며 일선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었다.
132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가 기껏 7경기에 불과한 한국시리즈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정규시즌 MVP가 한국시리즈 MVP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는 그동안 한국시리즈 우승팀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맞춰왔다.
올해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양대리그 시행 첫 해에 ‘날림’으로 대회요강을 만드는 바람에 이젠 페넌트레이스 승률 1위가 리그 우승은 물론 시즌 1위의 영광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
이는 99대회요강 제1장 3조의 리그순위에 관한 조항 때문. 리그순위는 승률과는 관계없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1위(동일리그간 한국시리즈 거행때는 우승팀이 1위)가 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승률이 아무리 높아도 플레이오프에서 지면 리그 2위로 내려앉고 만다.
페넌트레이스 승률 1위가 두팀일 경우는 따로 순위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양팀간 전적과 다득점순으로 홈경기를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다. 이는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정규시즌의 1위를 가리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인 듯 하다.
결국 포스트시즌에서의 단기전 승부로 한해의 수확을 결정짓는 ‘한탕주의식 후진성’이 더욱 심화된 셈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