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극장 흥행 1위인 ‘식스 센스’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톱 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이지만 거창한 스펙터클도, 특수효과도 없는 이 혼령 드라마는 비수기인 요즘 극장가에서 이례적으로 하루 1만명(서울 평일기준)이상의 관객이 찾는 유일한 영화.
개봉 후 3주 동안 서울에서 55만명을 불러모았다. 영화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마지막 반전은 PC통신에서 연일 이야깃거리다.
미국에서도 예상을 깨고 5주 연속 흥행1위를 해 화제가 됐던 이 영화의 감독은 인도 출신의 M 나이트 샤말란(29). 이제 겨우 세번째 영화인 ‘식스 센스’로 20대에 할리우드의 스타감독으로 떠오른 그는 팩스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즉시 답변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보내왔다.
―성공을 예상했는지?
“귀신 이야기와 브루스 윌리스가 결합하면 꽤 성공적인 영화가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
―한맺힌 유령들이 지상을 떠돌고 있다는 설정이 동양적인데….
“맞다. 일곱살 때 인도에 갔는데 한 자동차 운전사가 귀신 얘기를 해줬다. 들판에서 여자가 죽었는데 유령이 계속 거기서 나타난다던가…. 지금도 그 내용을 생생히 기억한다. 날 겁주려고 한 얘기겠지만 구천을 떠도는 영혼에 대한 매혹은 동양문화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영혼에 관심이 매우 많다.”
그는 “난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모두 의사인 유복한 집안 출신인 그는 열살 때부터 비디오 카메라로 영화를 찍은 ‘할리우드 키드’. 열여섯살 때 벌써 45번째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고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93년 자신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분노의 기도’로 데뷔. 연기도 곧잘 해서 ‘식스 센스’에도 주인공 소년 콜(할리 조엘 오스멘트 분)이 입원한 병원의 의사로 잠깐 출연했다.
―‘식스 센스’는 미국에서 서스펜스, 호러 드라마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가 연 게 아니다. 난 다만 관객들에게 히치코크의 서스펜스 장르를 상기시켰을 뿐이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가 살아있다면 아마 ‘식스 센스’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스탠리 큐브릭이 ‘샤이닝’에서 작업한 방식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식스 센스’ 성공이후 뭐가 바뀌었나?
“모든 게 급속하게 달라졌다. 요즘 제작자들의 연출 제안이 계속 들어오고 있으나 내가 거절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한 상황이다. 거절의 이유는 내 아이디어를 내가 연출해야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깜짝 놀랄만한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