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웃 오브 플레이스(Out of place) / 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크노프(Knopf)
‘오리엔탈리즘’‘문화와 제국주의’로 알려진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교수(콜럼비아대)는 미국 지식사회의 거인이다. 유태인들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지식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고국 팔레스타인의 고토회복을 위해 분투해온 그가 최근 회고록을 내면서 마치 다윗에게 시달리는 골리앗처럼 유태인들의 집요한 추적에 시달리고 있다.
사이드는 미국 언론의 이슬람 민족들에 대한 야비한 문화적 왜곡을 지속적으로 고발해 왔다.
이스라엘은 박해받아온 과거와 함께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을 통해 자신들을 부각시켜 왔지만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냉혹하기 그지없는 이중성을 보여왔다는 것이 사이드의 일관된 주장이다. 유태계 언론들이 이런 사이드의 ‘이빨’을 뽑기 위해 앙앙불락해온 것은 불문가지.
그런데 지난주 출간된 사이드의 회고록 ‘아웃 오브 플레이스’가 유태인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아웃 오브…’는 예루살렘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이집트로 가족이 이주한 뒤 보낸 소년기, 미국에서의 대학시절까지 제목이 드러내는 그대로 사이드가 정신적으로 뿌리뽑힌 자로서 성장해온 과정을 숨김없이 쓴 글.
이 글이 발표되자 즉각 저스투스 와이너라는 유태인 소장학자는 신 보수파 유태계잡지 ‘코멘터리’9월호를 통해 “지금껏 사이드가 47∼48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시 고향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이집트로 이주한 피난민처럼 행세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왔지만 사실은 부잣집 아들의 명문학교 유학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즉각 ‘뉴욕 포스트’ ‘뉴욕’으로부터는 호응을, ‘네이션’ ‘살롱’으로부터는 반격을 받았고 ‘보스턴 글로브’는 유태계와 팔레스타인계 필자들에게 번갈아가며 지면을 제공했다.
사이드 역시 유태계로부터의 맹폭을 예감했던 듯 지난호 ‘뉴욕 북 리뷰’에 실린 회고록 발췌분에서 스스로 ‘피난간 것은 내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라고 교묘한 각주를 달았다.
이 회고록은 94년부터 백혈병 투병중인 사이드가 죽음을 예감하며 쓴 것.
그래서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많은 지식인들이 유태계의 맹공에 대해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라고 개탄하지만 유태계 우익들은 사이드가 마치 클린턴처럼 거짓말로 국민을 ‘오도’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명의 기록치고 야만의 기록 아닌 게 없다”는 발터 벤야민이라는 걸출한 유태인 평론가의 말이 생각난다.
▼ 이영준
(하버드대 동아시아지역학과 대학원·전 민음사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