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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영상이미지…'등 '소통기호의 총아' 이미지고찰

입력 | 1999-10-08 17:54:00


▼ '영상 이미지 읽기' / 마르틴 졸리 지음 / 문예 출판사

▼'영화·이미지·이론' / 박성수 지음 / 문화과학사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여성들'/ 수잔나 D.월터스 지음/또하나의문화

‘이미지’가 흘러 넘친다. 2시간도 안 되는 영화 ‘쉬리’한 편이면 사람에 따라 한평생 일상에서 겪는 것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여섯 쪽에 걸친 소설의 묘사는 단 한 개의 이미지로 대치된다. 사이버공간은 온통 이미지로 가득차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감각기관에 들어오는 시각기호(이미지)를 문자기호로 변환시켜 이해하고 사고해 왔다. 이제 사람들은 시각기호를 문자기호로 변환시키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이해하고 사고하고 전달한다.

이미지는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단어와 문장들 사이의 순차적 단계를 뛰어넘어 이질적인 정보들을 동시에 전달한다.

시각기호를 이용한 의미 이해는 문자기호에 비해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문자기호보다 훨씬 쉽고 매력적인 이미지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게됐다. 이미지에 관한 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우리는 과연 ‘탈(脫)구텐베르크의 시대’로 들어섰는가?

프랑스 보르도3대학 마르틴 졸리교수가 지은 ‘영상 이미지 읽기’(김동윤 옮김)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미지에 접근하기 위한 차분한 안내서인 이 책은 “언어적 메시지가 이미지의 전체적인 해석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다의성을 가지는 이미지는 자신을 설명할 메타 언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문자 기호의 도움을 받을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해양대 박성수교수의 ‘영화·이미지·이론’은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의 영화론을 토대로 한 영상이미지 해석을 시도했다. 욕망 이미지 감각 등 전통적인 철학적 사유가 포착하는 데 실패하거나 주변적인 것으로 미루어 놓았던 것들을 합리주의의 체계안에 끌어들인 들뢰즈는 이미지를문자기호의방식으로환원시켜 해석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시적 언어인 영화 언어의 경우 이미지가 언어적 기호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박교수는 들뢰즈의 영화이론으로 독일출신의 영화이론가 지그프리드 크라카우어를 고찰하고 송능한의 ‘넘버3’와 후샤오시엔의 ‘샹하이의 꽃’을 읽어낸다.

미국 조지타운대 수잔나 D.월터스교수의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여성들’(김현미 외 옮김)은 이미지를 통해 이시대의 여성을 본다. “미디어에서 여성은 남성 욕망을 위한 시각적 소비의 대상이 되면서 대상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모호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분석한다. 남녀가 이미지로 재현될 때 현실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반영되고 다시 그것이 실제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분석하며 비판적 시각을 제공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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