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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25시]김화성/마라톤행정 '발병'

입력 | 1999-10-08 18:28:00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 이대원)을 빗대 ‘마라톤연맹’이라고 부른다.이사 25명중 13명이 마라톤출신이기 때문.더구나 육상의 경기종목은 모두 45개.누가봐도 마라톤의 비중이 기형적으로 크다.달리보면 그만큼 한국육상에서 마라톤이 중요하다는 뜻일게다.

그러나 마라톤이사들이 많다고 마라톤행정이 잘될까.최근 사태를 보면 그와 정반대다.

7일 열린 육상연맹이사회.누구나 최근의 핫이슈인 이봉주의 팀이탈문제가 집중 거론되리라 생각했다.마침 이사이기도 한 정봉수 코오롱감독도 참가했다.그러나 이봉주문제는 다른 팀에서도 ‘흔히 있는 일’로 가볍게 넘어갔다.시드니올림픽 금메달후보가 사표를 내고 팀을 이탈했는데도 주무단체가 별문제가 아니라니.그뿐인가.외국인의 국내대회 입상문제도 ‘밴댕이 속같은’ 결정을 했다.24일 춘천조선일보마라톤에서 외국인이 입상하더라도 순위를 인정하지 않고 상금도 주지 않겠다는 것.똑같이 뛰었는데 한국인의 순위는 인정하고 외국인의 순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해외토픽에 날 일이다.

또 있다.올림픽마라톤대표선발 기준이 바로 그것.연맹은 10월1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열리는 국내외대회에서 성적이 좋은 남녀 2명씩을 뽑고 나머지 1명씩은 국내대회에서 같은 기간동안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를 뽑겠다는 것.결국 코스의 조건에 관계없이 기록만 좋으면 된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적으로 좋은 곳으로 이름난 코스는 로테르담과 베를린코스.베를린코스는 이미 남녀 세계최고기록이 나왔다.한국기록 1,2위인 이봉주 김이용의 기록도 로테르담에서 나온 것.

육상연맹의 결정대로라면 국내선수들은 로테르담이나 베를린 등 해외대회로 몰릴게 확실하다.육상연맹은 ‘로테르담이나 베를린마라톤’을 올림픽 선발대회로 열 생각일까.미국이 코스 날씨 등 올림픽과 똑같은 조건에서 선발대회를 여는 것은 대한육상연맹보다 바보라서 그럴까.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