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무가지 대량 살포문제를 둘러싸고 8일 국회 정무위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과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간에 치열한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발단은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의원이 “7일 공정위가 중앙일보 서울 강남지역 8개 지국에 공정위 경쟁국 직원이 무가지 배포 단속에 나간 것이 사실이냐”고 따지면서부터.
전위원장은 “4일 신고전화와 팩스신고를 받고 단속에 나갔던 것”이라고 답하자 여야의원들이 가세해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전위원장은 이에 “무가지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는 비단 중앙일보문제뿐만 아니고 과거 동아일보 등에 대해서도 조사한 적이 있다”며 “이는 공정위 업무의 일환”이라고 맞섰다.
국민회의 채영석(蔡映錫)의원이 나서서 “공정위가 무가지 실태조사를 게을리한다면 문제지 조사한 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거들면서 여야의원간에 고성이 오가자 국감은 한때 정회되는 사태까지 맞았다.
이번 중앙일보에 대한 무가지 조사는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의 검찰소환 이후 지국당 500∼1000부의 무가지를 살포했다는 신고를 공정위가 여러 차례 전화와 팩스로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신고자 중 한사람인 동아일보 최돈항(崔燉恒)가락지국장은 “중앙일보측이 송파구 전역에서 지국당 1000부 이상의 무가지를 중앙일보를 보지 않는 가구에 무더기로 투입, 독자들의 항의와 함께 거래질서를 해쳐 자구책 차원에서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최지국장은 “중앙일보측은 홍석현사장이 검찰에 소환된 직후인 1일부터 주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독자를 겨냥, 가가호호 돌며 무조건 무가지를 대량 살포했다”며 “이같은 행위가 송파구내 전지역에서 자행되고 있음을 확인, 이 지역 11개 동아일보 지국장을 대표해 불가피하게 신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4일 중앙일보의 무가지 대량 살포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한 동아일보의 분당이매지국장 문정식씨는 “중앙일보가 1일부터 분당은 물론 서울 전지역에서 무가지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것으로 확인돼 독자보호를 위해 전화와 팩스로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외환위기 이후 신문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치열했던 무가지 경쟁이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었지만 중앙일보가 사장의 검찰소환을 언론탄압으로 부각시키기위해대량의무가지를 살포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신문판매시장은 재벌언론의 무차별 확장공세로 과당경쟁으로 치달으면서 96년 중앙일보 남원당지국장 이달영(李達泳)씨와 총무 김국일(金國一)씨가 무가지살포와 경품제공 등에 항의하는 조선일보 남원당지국 총무 김종환(金鍾煥)씨를 식칼 2자루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문사들은 이같은 사태 이후 자율규약을 맺어 유료구독부수 20% 이내에서 무가지를 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97년 이후 동아일보 경향신문 부산매일 국제신문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바 있으며 특히 97년 10월엔 중앙일보 동잠실지국장이 동아일보 오금지국을 무가지 배포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해 당시 동아일보가 신문협회 자율결정에 따라 위약금을 물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하고도 조사를 나가지 않으면 감사원 등으로부터 추궁당하기 때문에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법위반이 명명백백하고 통상적인 업무활동을 특정신문에 대한 탄압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무가지(無價紙)▼
무가지란 신문사가 지국에, 또는 신문사지국이 구독자에게 신문대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제공하는 신문을 말한다. 신문협회의 신문판매 자율규약은 신문유료구독수(정기구독 및 가판판매부수)의 20%를 초과해 무가지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문협회는 이런 규정을 위반할 경우 부당판매행위로 간주해 일단 서면경고를 하고, 2회 이상 규정을 초과해 무가지를 배포할 경우 해당 신문사에 대해 위약금을 물리는 등 자율규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