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토요판 ‘책의 향기’라는 상설 기획면은 독자들을 광활한 책의 세계로 안내한다. 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함께 성서를 읽었다. 그런데 내가 희다고 읽은 곳을 너는 검다고 읽었다” 라는 블레이크의 유명한 탄식처럼 누구나 각자의 시각으로 책을 읽는다. 모든 서평과 책 소개문이 지닌 그런 본질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성실함이 담긴 글은 읽는 이를 감동시키고 보다 넓은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나를 만든 책’ 시리즈의 하나로 게재된 화가 김병종씨의 ‘신(神)앞에선 한없이 조그마한 배교자의 핏빛 고뇌와 깨침’(9일 B2면)이라는 글이 바로 그러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을 살리도록 해당 지면을 좀더 확대하면 좋겠다.
독자들이 신문에서 보기를 원하는 것은 결코 ‘일면의 진실’이 아니다. 사회 현안을 전체적으로 조감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기를 원한다.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준 기사로 이훈 기자의 ‘휴대전화 수출 날개 달았다’(7일 B5면)를 들 수 있다.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휴대전화 업계의 수출 현황 보도에서 8월까지 21억달러어치를 수출한 ‘휴대전화 단말기 부품의 국산화율(가격기준)은 40% 정도’로 핵심부품은 대부분 수입하고 있음을 함께 적시해 우리 산업의 취약점과 현재 좌표를 확실하게 짚어 주었다.
요즘 여러 대형 사건들이 동시다발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데 그 사건들이 모두 결국에는 법의 이름과 그 규제 안에서 마무리지어질 터이다. 이런 시점에서 새삼 법의 실체에 관해 성찰하게 만든 사건과 기사가 있었다. 심재륜(沈在淪) 전 대구고검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 결과에 관한 보도이다. ‘면직처분은 부당하지만 검찰조직의 안정을 위해 복직은 불허한다’는 판결 기사는 사회적 주목을 크게 끌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그 판결을 다룬 기자 칼럼인 최영훈 기자의 ‘기자의 눈’은 문제의 판결이 지닌 의미와 사회적 반향을 시의적절하게 짚었다. 검찰 인사 때마다 거론되는 특유의 경직성, 곧 업무수행능력이 아니라 고시 기수(期數)가 진퇴를 좌우하는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온 전근대적인 관행에 대해 사회적인 비판이 제기된지 오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기자가 지적하고 소개한 여러 형태의 논란들을 짧은 칼럼으로 다루지 말고 본격적인 기획기사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된 도청 감청문제에서 감청부분을 다룬 ‘감청남발 법원책임도 크다’는 사설(6일 A5면)은 아주 중요하고 유익한 지적이었다. 권력기관에 의한 감청의 남발과 오용은 도청사태의 만연에 못지 않게 사회적 불안과 불신을 야기해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파괴한다. 감청의 남발은 구조상 법원의 제도적 허가를 받아 행해진 것이라는 점에서 종국적으로는 사법부의 문제이기도 한데, 사법부의 자성과 책임의식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기회에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판결과 법적 조치에 관해서는 반드시 해당 법관의 이름을 밝히는 보도관행을 세움으로써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장치를 만들기를 권한다.
신문의 사명은 빠르고 정확한 보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현안이 된 사건들이 불필요한 낭비 없이 정당하게 처리되도록 도움으로써 우리 사회가 지닌 상처와 고통이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임무까지 해내야 한다.
송우혜(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