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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상철/탈북자 강제송환 저지해야

입력 | 1999-10-11 18:39:00


탈북자 보호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주한 중국대사관에 탈북자에 대한 관대한 처사를 요망했다고 한다. 바로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이 ‘조용한’ 외교적 해결방침을 밝힌 직후의 일이다. 하나의 발전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지역 탈북자들에게 살 길이 열린 것은 아니다. 근 20만명의 탈북자들이 압제의 땅을 벗어났으나 아직 곤궁과 천대속에 은신하고 있다. 붙들리면 야수적 폭력과 처절한 기근이 지배하는 북한으로 강제송환을 당한다. 중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접했거나 체제비판을 했다면 예외없이 처형되고 사상이 ‘불순’하다면 지상 최악인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다. 훈방되는 경우도 있으나 도중에 맞아죽고 병들어 죽고 고문과 성폭행을 당하는 온갖 참상이 다 일어난다.

▼中에 태도변화 촉구를▼

탈북자가 송환되더라도 박해받지 않는다는 우다웨이(武大偉) 주한 중국대사의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조용한’ 해결책을 쓴다고 할 때 이러한 참상의 행진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동북(東北) 3성 지역에서만 탈북자 6300여명이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송환 당했다.

그들은 누구인가. 북한 이탈주민은 우리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제법상으로도 국적 선택권이 인정되는데 그들을 한 인간으로서 보호해주는 나라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견해도 있을 수 있다. “탈북자 문제를 아무리 거론한들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탈북사태를 막기 위해 탈북자 강제송환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용히 있으면서 탈북자를 묵인하는 관대한 조치를 기대해야지 자꾸 떠들어 다 잡아간다면 탈북자 죽이는 것 밖에 더 되느냐.”

이같은 의견은 현실에 입각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중국은 대국이요 제 마음대로 하는 나라인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하는 패배주의적 사고가 아닐까. 아마 전에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그런 식의 비난이 있었을 것이다. 당하는 자, 조용히 그대로 당하게 하라는 말이요 불의 앞에 잠잠하라는 주문이나 같다.

악은 방해책동에도 불구하고 백일하에 이를 드러내야 비로소 사라진다. 동족이 이역 땅에서 나그네 되어 학대받을 때 돕는 것은 인간의 도리요, 자국민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구원을 절규하는 사람을 사지(死地)로 도로 끌고 가는 것은 극악한 처사이다. 이런 야만행위를 묵인할 것이 아니라 온 세계에 알려야 한다.

또 오늘날의 탈북현상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다. 탈북자 전원 색출은 말이 쉽지 결코 용이한 문제가 아니며, 돕는 손길도 무수히 많다.

정의가 승리하는 데는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악의 퇴치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국제 공론화 필수조치▼

현재 중국 정부가 하는 처사는 옳지 않다. 탈북자는 그동안 러시아에서 국제법상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또 베이징(北京)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일단 난민신청을 하는 데 성공하면 난민지위 부여가 거부된 사례가 별로 없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이 82년 국제난민의정서에 가입한 이유는 바로 베트남 학정을 피해 나온 수십만명의 화교들에 대한 송환을 거부하는 명분 때문이었다. 중국이 지금에 와서 북한의 학정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 한인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래 위력의 지배에 길들여져 왔다. 조선왕조 500년간이 대체로 중국의 속국이었고, 이어 35년간 일본 식민지였으며, 해방 후에도 국가안보와 외교의 골격을 미국에 의존했다. 자연히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대가와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 잘 모르고 지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중국이 아무리 커도 세계 속의 한 존재이다. 국제규범을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탈북 난민 강제송환 조치의 비인도성과 위법성을 국제 공론화한다면 중국도 마침내 소외집단 북한의 후견자로서 얻는 이익과 세계 여론이 한 없이 나빠질 때 받게 될 손해를 저울질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저울이 반대로 기울게 될 그 날까지 우리는 결코 쉬지 않고 끈질기게 이 문제를 국제 공론화해야 한다. 승리는 우리 것이다.

김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