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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강창순/原電 불신 해서하려면…

입력 | 1999-10-11 19:32:00


지난 주의 월성원전 3호기 중수 누출 사고는 일반국민에게 충격을 주면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우리의 원전은 안전한가?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은 충분한 수준인가? 원전을 100% 안전하게 운용한다는 것은 분명히 기술적으로도 공학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안전해야 안전성이 보장됐다고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안전성의 척도를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위험도’란 용어를 정의해 연간 사망확률로 표시한다. 현재 선진 사회가 허용하는 위험도로 보면 한 해에 10만명 인구 중 5명이 사망하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로 취급된다. 한 시설의 잠재적 위험도가 이 허용 위험도보다 작을 때 이 시설은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본다.

애매모호한 정서적 표현으로는 일반 국민에게 방사선 및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위험감과 불신감만을 부추길 뿐이다. 전문성을 중요시한다면 정서적 표현보다는 객관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수치적 위험도 개념으로 안전성 확보 여부를 다루어야 한다. 참고로 우리 원전은 일반대중의 연간 사망확률을 현 안전 사회의 허용 위험도보다 500배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 운전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자력의 설계 및 제작 기술 뿐만 아니라 운전원의 자질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규정된 절차의 무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실수, 진상 은폐 등 안전규제 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사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원자력 기술은 설계 제작 건설 운전 안전규제 등 다섯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 손으로 표준형 원전을 설계 건설해 운전하고 있으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북한에도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차세대 원전을 2010년 상업운전 목표로 개발 완료 단계에 있다. 원전에 필요한 기기를 자체 제작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진산 발전소에 주기기를 수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원전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도 진출해 TVA 국영 전력회사가 발주한 원전의 핵심 설비인 교체용 증기발생기를 여러 선진국과 경쟁해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다. 원전 운전기술도 탁월해 지난 6년 연속 평균 87% 이상의 이용률을 달성했다. 98년은 90.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안전규제 기술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첨단을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번 사건을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 달라는 국민의 채찍질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업자 및 안전규제 기관은 정확하고 객관성 있는 정보를 확신을 갖고 전달해야 한다. 또 일반 국민의 원자력에 대한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언론은 그 보도에서 전문성이 결여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학성과 공정성을 잃은 사건 보도는 국민에게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왜곡된 인상만을 심어줄 뿐이다. 전문성 있는 대응, 그리고 일관성 있고 자신 있는 정보의 옳은 전달이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강창순(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