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에 일본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2명이나 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문단은 노벨문학상이 아직도 요원한 꿈인 것같다. ‘98년 문학의 해’에 근대문학관 하나 건립조차 못했다. 더우기 최근에는 문학단체의 감투싸움마저 재연될 움직임을 보여 문단이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해 1월 한국문협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는 정관에 따라 회원들의 직접선거로 임기 3년의 임원선출을 했고 2001년 1월에 차기 임원 선출을 하게 돼 있다. 정관에 하자가 발생했다거나 대표자가 유고된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단체장을 원로로 추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문단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다. 문협은 이른바 단체장을 원로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아직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이미 그런 주장의 글을 기관지에 게재한 바가 있다. 문단 일각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반대편에서는 즉각 그 모순을 지적하는 논평이 나오는 등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의 문단 인구는 1만명을 육박하고 150종을 상회하는 문학상, 수백종의 문예지와 동인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학단체를 대표하는 일을 문단을 ‘영도’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비민주적 가치를 가진 문인도 있는 것같다. 노령의 문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문단의 원로라고 볼 수 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원로상은 어떤 것일까.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진정한 원로의 모습은 먼저 그동안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으로 갈린 양대 분파를 통합할 만한 문학적 업적과 덕망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문단의 원로라면 원로 문인답게 자신의 문학적 작업에 대한 결산과 후진을 격려하는 일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문예진흥원의 방만한 운영체제를 조정하는 일과 같은 문화계 개혁차원의 과제에 대해 원로로서의 확고한 현실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분단 반세기’라는 엄청난 민족비극의 문학적 과제를 가지고도 한국 문단이 세계적 평가와 주목을 받는 대작을 쏟아내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다가오는 밀레니엄에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과 아울러 하나로 통합된 문단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곽종룡(시인·서울시낭송클럽 심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