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박이 아들이 갑작스레 경련을 일으켜 충남대병원을 찾은 박모씨 부부. 담당의 이건수교수(51·소아과)는 정신과와 재활의학과에 ‘SOS’를 쳤다.
“간질인 것 같지만 뇌성마비나 자폐아일 가능성도 있어요.”
이교수는 먼저 뇌파검사를 할 것을 제안했다. 뇌성마비 진단 ‘전문’인 김봉옥교수(45·재활의학과)는 운동기능을 살피는 근전도검사를, 신윤오교수(46·정신과)는 자폐아여부를 알아보는 사회성검사를 제안했다. 논의 끝에 근전도검사부터 실시. 결과는 뇌성마비였다.
이교수는 “우리 팀은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 항목의 결정부터 치료법의 선택까지 의사들이 의논해 결정한다”고 말한다.
★시인 바이런도 간질환자
간질 증후군은 100∼200명 중 한 명꼴. 아직까지 전체의 약 75%는 원인 불명이다.
이교수는 “시인 바이런, 화가 고흐 등 간질을 앓으면서도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 적지 않다”며 “3년 정도 약을 먹으면 70∼80%는 완치된다”고 말했다.
환자 중에는 자녀에게 유전될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유전될 확률은 100명 중 7명정도에 불과.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간질이라고 해서 지능이 나빠지지도 않는다.
★뇌성마비의 새치료, 신경절제술
뇌성마비의 비율은 전체 신생아의 약 0.1%. 태아 때 또는 출생 이후 신경계 손상 때문에 생겨난다.
변상현교수(45·소아과)는 “1㎏ 이하 미숙아의 약 10%는 근육이 굳어지면서 다리가 뒤틀려 제대로 걷지 못하는 ‘강직형 뇌성마비’가 된다”며 “미숙아가 많아진 최근엔 강직형 뇌성마비가 전체의 약 80%”라고 말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근육이 더 굳어지고 관절이 변형돼 평생 근육이완제나 근육이완주사를 맞아야한다는 설명이다.
이 팀의 송시헌교수(46·신경외과)는 91년 미국 연수시절 익혀온 ‘선택적 후신경근 절제술’을 통해 약으로부터 환자를 ‘해방’시켰다. 이 수술은 척추를 열고 다리에서 뇌로 잇는 ‘후신경근’에 전기자극을 줘 근육을 경직시키는 신경만을 찾아내 끊어내는 것. 95년부터 현재까지 2∼10세 강직형 뇌성마비환자 42명을 수술한 결과 강직도는 총 5단계에서 평균 3단계나 낮아졌다.
송교수는 “수술후 까치걸음을 걷던 아이는 정상으로, X형 다리로 걷지 못하던 경우엔 보행기를 이용해 걷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단, 수술 후 약 3개월 입원해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며 강직이 덜 진행됐을수록 수술효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이나연기자〉larosa@donga.com